식당과 카페에서 점원에게 말 걸려다 키오스크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오늘 점심도 QR 코드로 주문해야 했습니다. 앞에 직원이 있어도 말로 주문을 못합니다. 이게 정말 진보인지 궁금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쟁반 치우는 일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추구하는 편리는 누구를 위한 방식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 29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의 첨단화는 역설적으로 소비자 노동의 증가를 불렀습니다. 이제는 정보보호 실패에 따른 노동마저 소비자가 하고 있습니다.
SKT 소비자는 분통이 터집니다. 문자 공지가 아닌 뉴스로 통신사 해킹 사태를 알았고, 유심(USIM)을 구하려고 사방을 헤매야 합니다.
치명적인 해킹 사태 피해자인 소비자가 일하고 있는 겁니다. 국내 최대 통신사가 택배로 새 유심을 보내줄 생각조차 안 했기 때문입니다. 통신 속도 빠르다고 광고해온 그 회사의 대처가 맞나요. 피해 사실 공지부터 이후 대처까지 어째서 이렇게 느리고 답답한겁니까.
SKT 사태는 정보 위협의 증가라는, 통신 기술 발전의 역설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시장 지배자가 소비자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명확히 가르쳐줬습니다. 우리는 단지 빠른 전기 신호에 반응하는 가축에 불과합니다. 이동통신이라는 우리를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온나라가 끓고 식은 뒤, 나중에 스마트폰으로 SKT 과징금 부과 기사를 읽겠지요. 정부의 엄격한 대처와 소비자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