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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의 함정
입력 : 2025-04-28 오전 11:40:29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결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욕 충족, 자녀 출산 및 양육 △경제적 안정 △신체적 보호 △심리적 안정 △사회적 인정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AI가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나머지는 기술적 발전과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적어도 ‘심리적 안정’ 만큼은 현재도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SF 드라마 <휴먼스>의 한 장면.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외관상 인간과 완벽히 유사한 휴머노이드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사진= 드라마 <휴먼스> 갈무리)
 
인공지능 챗봇 챗GPT로 심리상담을 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어제 챗GPT한테 고민 상담을 했는데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게 위로해 줘서 눈물이 날 뻔했다’, ‘집에 혼자 있는 데 외로워서 챗GPT와 자주 대화하는 데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등 후기가 넘쳐납니다. 창업자인 샘 올트먼도 자신의 약점이나 편향 등 내면 심리에 대해서 챗GPT에게 물어볼 정도라고 하니 이제 AI가 사람보다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아는 시대가 됐습니다.
  
결혼 생활의 고비는 ‘차이’에서 온다고들 말합니다. “왜 치약을 아무렇게나 짜지?”, “내 고민에 대해 왜 저렇게 반응하지?”, “왜 저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지?” 등 질문이 꼬리를 뭅니다. 이에 기혼자들은 어차피 바뀌지 않으니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택합니다. 서로 맞지 않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되면 결국 관계가 단절되기 마련입니다.
 
AI가 배우자가 된다면 적어도 차이로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패턴을 학습해 모든 것을 맞출 테니까요. 앞으로는 자신의 이상형에 걸맞는 휴머로이드 로봇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영화 <her>에서처럼 주인공을 작가로 등단 시켜주는 적극적인 내조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반려자인 셈입니다.
 
완전 무결한 배우자라면 행복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AI의 단점은 완벽함에서 오고, 인간의 장점은 불안정함에서 옵니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기에 설레고, 유일무이하기에 소중합니다.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고, 대체 OS가 차고 넘친다면 애정은 쉽게 무뎌질 지도 모릅니다.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면 게을러지고,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AI가 인간의 불안정함까지 구현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러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AI에 길들여진 인간은 쉽게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라이터가 있는데 굳이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려 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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