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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진 자리
입력 : 2025-04-22 오후 5:52:10
올해는 유독 벚꽃이 일찍 졌습니다. 벚꽃이 채 피기 전 연달아 내린 비와 눈, 쌀쌀한 바람이 그 탓이겠지요. 이전이었다면 며칠 더 머물렀을 법한 벚꽃들은, 충분히 피지도 못한 채 바닥에 흩날려 있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느꼈을 때, 이미 꽃잎 사이에 초록빛이 감돌았습니다. 매년 벚꽃은 빨리 진다고 느꼈지만, 올해는 더욱 빠르게 사라진 느낌입니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인근 한 도로에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대개 아름다운 것은 빠르게 사라집니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갑자기 산화하는 것을 보면 일견 허무하기도 합니다. 벚꽃이 지는 풍경을 죽음에 빗대는 이유일 겁니다. 저도 하염없이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보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완연한 초록빛으로 뒤덮힌 집 근처 벚꽃나무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찬란한 아름다움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대신 돋아난 잎이 머금은 강렬한 생명력은 또 다른 눈부심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나간 청춘을 노래합니다. 30대인 저도 아직 청춘일 순 있지만, 저 역시 지나간 20대를 그리워합니다. 청춘은 짧기에 찬란하고, 돌아갈 수 없기에 애틋합니다.
 
하지만 벚꽃만큼이나 푸른 잎도 싱그럽고 아름답다는 것을 집 근처 벚꽃나무를 보며 알았습니다. 청춘이 끝나더라도 삶은 지속됩니다. 청춘이 벚꽃이라면 그 이후의 삶은 잎과 같습니다. 잎은 꽃보다 오래 갑니다.
 
지나간 것에 아쉬워하기보다 새로 올 아름다움을 마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룬 것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신록예찬'의 속뜻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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