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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의 품격
입력 : 2025-04-21 오후 6:57:03
좋은 토론자는 어떤 토론자일까. 오랜 시간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한 손석희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높은 신뢰를 가진 인물, 품격 있는 말, 정확한 정보, 시의적절한 말을 하는 인물"이라고요. 그러면서 MBC에서 300회가 넘게 <100분 토론>을 진행했고, JTBC에서 신년 토론을 10회나 진행했지만, 가장 좋았던, 완벽했던 토론이 있을까 묻는 말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이렇게 듣고 보니 토론은 정말 어려운 것인가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손씨는 토론에 대해 겁내지 말고, 토론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개인의 파편화되고 확증편향 적인 것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또 토론을 통해 지금 상황이, 이 시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이 세상엔 진영만 있지 않으며, 그들처럼 어딘가 속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어쩌면 토론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주말 사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경선 후보자들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안티 네거티브' 전략으로 서로를 비방하기보다 서로의 전략을 존중했습니다. 또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좋은 정책과 비전에 대해서 '후보가 된다면 000후보의 정책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소위 '물고 뜯고' 하는 모습이 사라져 재미의 요소(?)는 줄었지만, 오랜만에 건설적인 토론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후보가 8명이라 4명씩 나눠서 두 차례 진행됐는데요. 토론을 통해 재미적 요소를 이끌어내기 위해 MBTI 소개, 밸런스 게임 등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30대 유권자인 제가 보기엔 한물간 MZ를 따라 하는 어르신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1차 토론에선 양향자 후보가 '민주당 정책'이 적힌 종이 찢는 퍼포먼스만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음날은 '죽음의 조'로 불리는 4자(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토론에서는 '탄핵 책임론'과 '비상계엄'을 놓고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상계엄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한 후보가 세 후보를 공격했고, 세 후보 중 홍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2시간 만에 끝난 평화로운 계엄이라며 엉뚱하고 이상한 답변을 늘어놨습니다. 잠시 한 후보의 공격 질문으로 인해 진땀을 뺀 홍 후보는 곧이어 한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그는 "키도 크신데 뭐 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 "생머리인가, 보정속옷을 입었느냐" 등의 인신공격성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후보는 이 질문은 자신의 질문이라기보다 자신의 캠프 내 청년의 궁금증을 대신 물어본 것이라고 거리 두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수준 낮은 질문이란 것인데요. 여기에 홍 후보는 "그런 질문의 배경에는 이미지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노련한 홍 후보의 질문에 국민의힘 2조 토론은 대중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자들의 말이란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의미나 정책에 대한 방향성 등은 알기 어려웠던 토론이었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코미디프로그램보다 웃긴 대선 토론이란 말도 나오는데요. 이처럼 탄핵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공당에서 보이는 유치한 태도에 국민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철우(왼쪽부터),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1차 경선 B조 토론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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