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합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속도보다는 나의 페이스대로 달려 완주한다는 점에서 닮았기 때문입니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여러 기고문을 읽었을 땐 머리로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달려보니 왜 인생에 빗대는지를 몸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뉴스토마토, 우리아이재단, 파주시가 주최하고 삼다수 등이 후원한 '2025 DMZ 평화마라톤이 지난 20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렸다. 10km 코스 참가자들이 출발 대기 장소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1일 <뉴스토마토> 등이 주최한 ‘2025 DMZ 평화마라톤’에 참가해 10km를 완주했습니다. 출발선 맨 앞줄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렸습니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마자 제 뒤에 있던 수백 명이 제 앞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다들 반환점인 통일촌사거리를 향해 초반부터 전력 질주를 합니다. 하나둘 저를 앞지릅니다. 4km 채 안 가서는 뒤가 휑한 느낌이었습니다.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맨 앞줄에 섰던 게 무색해졌습니다.
조바심이 났습니다. 뒷모습을 보면서 뛰자니 답답하고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도를 올릴까. 불과 4km 지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무리하면 나머지 6km를 무슨 에너지로 올지 엄두가 안 났습니다.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피니시 라인을 목전에 두고 저를 앞섰던 사람들이 걷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1km당 6분 50초대를 유지하며 달렸던 저는 어느새 그들을 제쳤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빠르냐가 아니라 내 페이스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나만의 속도로 달려야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마라톤은 정말 인생과 비슷하다는 것’을 비로소 몸과 머리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목표했던 58분대로 들어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마라톤은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나 홀로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 때, 마라톤에 참가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앞서가는 사람도, 천천히 걷는 사람도 결국 같은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 생의 속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