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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 상태
입력 : 2025-04-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참 답답합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 아닙니까"
 
최근 만난 국내 식품사 관계자들이 앉자마자 탄식과 함께 내뱉은 말입니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제품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당일입니다.
 
상호관세 부과가 유예됐지만 곧 눈앞에 떨어질 관세 폭탄에 식품업계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식품사 관계자는 "반도체와 같은 주력 산업이면 몰라도 설마 식품까지 고강도 관세 정책을 적용할까 싶었다"며 "정말 날벼락을 맞았다"고 토로했습니다.
 
더욱이 식품사들은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단순히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함도 있지만 미국이라는 시장이 주는 의미는 그 이상입니다. 미국에서 인기를 얻으면 다른 나라로 진출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고 미국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죠.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각종 라면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정부로부터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컨트롤 타워 부재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기능도 일부분 멈춰 섰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한 식품사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정보 취득을 현지 법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최근 K-푸드가 한류를 타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식품사의 판로도 확대됐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푸드 수출액은 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 역대 1분기 최고 수출액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북미 지역의 수출액 증가율은 21.7%에 달합니다.
 
K-푸드 수출액이 날로 늘어나자 정부는 농기자재, 펫푸드 등을 포함한 'K-푸드 플러스'를 10대 전략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을 잇는 주요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입니다.
 
극심한 내수 침체와 고환율에 시름하는 식품사의 유일한 활로는 수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고비를 넘지 못해 수출길마저 막힌다면 K-푸드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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