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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 4.5일제의 함정
입력 : 2025-04-18 오후 5:51:29
장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던진 노동시간 화두로 정·재계가 시끌시끌합니다. 그간 민주당에서 제시해 왔던 근무일 수 축소 공약을 국민의힘에서 내세웠다는 점에서 특히 이목이 쏠리지만, 여기엔 큰 함정이 있습니다.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점원이 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총 근로 시간을 줄이지 않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근무시간을 1시간 더 늘려 금요일에 총 4시간만 근무하는 주 4.5일제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장근로 시간을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 규제인 주 52시간제 폐지도 외칩니다. “근로 규제는 시대의 흐름과 산업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인 제도로서 유연한 근로 문화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그럴듯한 추진 배경도 곁들입니다. 하지만 이는 조삼모사’, ()퓰리즘 공약에 불과합니다.
 
언뜻 보면 평일에 일을 몰아 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쉬게끔 구상하는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이 만들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직장 생활을 해보지 못한 기득권층의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입니다. 일부 대기업들이 근무 시간 유연화로 탄력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이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법정 1일 근로시간이 1시간 더 늘고 상한제인 52시간제 조차 없어지면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장시간 노동 소용돌이에 빠질 공산이 큽니다.
 
글로벌 흐름과도 맞지 않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2023년 기준)1872시간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1742시간보다 130시간이나 깁니다. 18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16일을 더 일하는 셈입니다.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기반으로 한 근무일 수 축소로 가야하는 이유입니다.
 
국민의힘은 또 기존 주 5일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 4.5일제의 실질적인 워라밸 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자평하는데, 이 또한 맞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근로시간과 삶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장기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국민이 가족 수입의 측면에서 가지는 불만을 해소해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꾀하되 고용을 증진하는 정책을 동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 없는 근무일 수의 축소는 국민의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양극화만 부추길 뿐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 역시 쉽지 않은 과제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노·사·정 대타협 등 다방면의 논의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야 한다는 점은 틀림 없습니다. 근대화 이후 부모님 세대 선배들이 장기간 싸워 줄여온 근로시간 제도를 형해화 해서는 안됩니다. 단순 사탕발림 같은 공약에 휘둘릴 국민은 없습니다.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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