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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원 레버리지
입력 : 2025-04-17 오후 11:21:5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자고 일어나서 눈을 의심했습니다. 주식평가금 앞자리가 바뀌어 있었거든요. 자세히 보니, 단순히 바뀐 게 아니라 아예 반토막 나 있었습니다. 
 
지난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시진핑이 미국에 84% 보복 관세를 선언한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가 23.5% 올라 있었습니다. 정확히 47.0% 손해를 봤단 얘기였죠.
 
주가 하락 시 하락분의 2배만큼 수익을, 상승 땐 상승분의 2배만큼 손해를 보는 '테슬라 곱버스'에 500만원을 넣고 잠에 들었거든요.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 관세 유예를 때릴 줄은 몰랐죠. 그 뉴스를 확인했을 때 심정이란….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났습니다. 눈이 돌았죠. 나스닥 폭등이 코스피로 이어지리란 강한 믿음! 
 
235만원을 한 번에 되찾으려면 시드(종잣돈)가 커야 했습니다. 이 폭등장에선 본전 회복을 넘어서, 추가 이익까지 노려볼 만했습니다.  
 
그래서 3500만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연 9.59%의 이율로요. 그 돈으로 주식을 사려 하니, '외상' 버튼이 있더군요. 클릭 몇 번 하니, 3500만원을 추가로 빌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이 끝날 뻔했습니다. 겨우 체결에 성공했을 때 주가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고, 제가 산 다음엔 오히려 떨어지더군요. 1%만 떨어져도 70만원 손해.
 
그날 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엔디비아 2배 ETF'(엔디비아 주가 상승시 2배 수익·하락시 2배 손해)마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도합 500만원 손해라니,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모은 전부가 단 하루 사이에 사라졌다니.
 
그런데 살아야겠더군요.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대출금을 갚았습니다. 500만원은 확정 손해가 됐죠.
 
이제와서 보니 정말 다행입니다. 500만원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목숨값이라 생각하니, 500만원은 오히려 쌉니다. 일확천금의 꿈도 사라졌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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