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통신업계 화두는 망이용대가였습니다.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하지만 정책적으로는 통상문제까지 얽혀 있는 다소 복잡한 사안이었죠.
장사를 할 때 필요하다면 임차료나 수도세, 공과금 등 제반 사항에 필요한 비용을 내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국내 통신사들의 목소리를 묵살했습니다. 통신회사는 일반 이용자들에게 인터넷 요금을 받고 있고, 우리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인데 왜 비용을 내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일부 빅테크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구글은 지금까지 이 비용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통신사쪽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소송도 SK브로드밴드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모양새였고, 명확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정부 대신 국회가 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해 입법에 속도를 냈습니다.
유튜브 이용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여론전에서 밀리는 분위기가 되자 구글은 유튜버를 끌어들였습니다. 당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에서 국내의 망이용대가 법안에 대해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인터넷사업자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동시에 망 이용대가 입법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를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유튜버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입법 반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대 여론이 들끓으면서 21대 국회에서 입법은 무산됐고, 22대 국회에서 재추진 중입니다.
구글은 우리 정부에 고정밀 지도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분단국가인 점을 감안, 안보상 어렵다는 이전 답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정부를 등에 업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명 유튜버도 가세했습니다. 구글은 지난달 구독자 수 241만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을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로 초청해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빠니보틀은 해당 영상 콘텐츠에서 "소비자 입장에선 (지도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이) 경쟁을 하면 할수록 이득이 있다. 네이버는 구글맵의 발전이 두려운가"라며 사실상 구글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미디어 생태계의 지각변동 과정에서 유튜브는 힘을 더욱 키우며 영향력의 범위 또한 넓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뉴미디어로 치부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죠. 국내 정책도 쥐고 흔들 정도의 여론전에 공간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유튜브는 규제 밖에 있습니다. 국내 사업자들과 동등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