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이어지며 유통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추세인데요. 이 중에서도 면세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 시기만 해도 점진적인 매출 회복을 기대했습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가 다시 돌아오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 수익의 절반 정도만 거둬도 업황 회복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죠.
하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면세업계의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일단 유커의 회복세가 예년만 못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유커는 면세업계 주요 수입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면세업계에서 유커는 대규모 쇼핑을 통한 수익을 일으키는 '큰손'으로 일컬어지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는데요.
문제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죠. 이로 인해 유커나 보따리상인 '따이공'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 면세업계는 그야말로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한 점도 면세업계의 침체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과거 면세점을 빙 둘러보면 커다란 피켓을 든 가이드 주도 하에 단체 관광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참 많았죠. 서울 명동이나 강남 일대에서 이들 관광객들을 필두로 한 '싹쓸이 쇼핑'도 꽤나 흔했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공항은 물론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이렇게 대규모로 몰려다니는 패키지 관광객들을 보기란 참으로 드물더군요. 알고 보니 요즘 외국인들은 'K-팝', 'K-푸드' 등 오롯이 'K-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체험하는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례가 늘었고, 무엇보다 개별 관광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한류 열풍으로 우리나라 콘텐츠의 경쟁력은 한층 진일보했지만, 관광 패턴이 바뀌다 보니 면세업계가 누리는 실익은 그다지 없었던 것이죠. 결국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행동양식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말이 쉽지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쇼핑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면세 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들을 하나둘씩 푸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경쟁 국가인 일본의 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 입장에서는 나름 기회의 시기로도 보이는데요. 과거 전성기만큼은 어렵겠지만 업계가 중장기적인 회생 방안을 마련해 경쟁력을 되찾고, 나아가 침체된 유통 업황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