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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고용시장, 서성이는 청년
입력 : 2025-04-14 오전 6:00:00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 앞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7.5%까지 치솟았습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섰지만,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0만6000명 줄었습니다. 청년층 고용률도 44.5%로 1년 전에 비해 하락했습니다. 3월 기준으로는 4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5만5000명으로, 같은 달 기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41만7000명이 20대였습니다.
 
"일하고 싶다"는 말이 유독 자주 들리는 올해. 취업난에 고통스러운 청년들의 현실이 지표로 드러난 셈입니다.
 
한편,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청년들 사이에서는 "대체 누가 취업한 거냐"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옵니다. 
 
고용시장 한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트럼프발 '관세 충격'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악화했습니다. 기업들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채용문을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정책 여파가 본격화하면 더 혹독해질 고용시장에 걱정이 앞섭니다.
 
청년 고용 악화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자리 자체가 부족합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는 지난달 0.32로 떨어졌습니다. 100명의 구직자 앞에 일자리는 32개뿐이라는 뜻입니다. 내수 바로미터이자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인 건설업 취업자는 11개월 연속 줄면서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기록 중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도 부족합니다. 청년 취업 비중이 높고,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9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감소 폭은 4년 4개월 만에 최대였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눈을 낮춰도 구직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기업에서는 당장 실무에 투입할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실무 경험 없이 취업 시장에 뛰어든 '순수 취업준비생'에게 오는 기회는 적다는 겁니다.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취업의 문을 열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 고용부를 떠나는 이임식에서 "'쉬었음' 청년이 50만 명을 넘었다"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해 꿈을 펴지 못하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다.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노동개혁 과제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꼽았습니다. 김 전 장관은 "이는 고용노동부 노력만으론 어렵다"며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동시에 고용노동부 장관 자리는 공석이 됐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내놓을 정책만을 마냥 기다릴 순 없는데 말입니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이 장관대행을 맡게 됐지만, 노동정책 컨트롤타워가 약화될까 우려하는 마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기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공백을 메우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기업을 도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직 시장을 서성이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청년들이 더 이상 취업문 앞에만 서 있지 않도록, 정부가 문을 함께 열어줘야 할 때입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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