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문 마지막 문장을 낭독하는 순간, 안국빌딩 일대는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현장의 시민들은 동료를 껴안고 방방 뛰거나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습니다. 12·3 내란 이후 추운 겨울 내내 집회에 나갔는데, 123일 만에야 완벽한 결실을 맺었으니, 감동도 그만큼 컸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씨가 파면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동료 기자와 함께 파면주를 마시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그날 저녁 대다수의 시민들은 호프집으로 향했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씨의 파면과 8대 0 만장일치 선고를 축하할 겸,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불금'을 즐기는 겁니다.
라이더 일을 하는 지인의 말로는, 이날 주문량이 폭주해 배달이 지연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밀려드는 손님들과 파면을 기념하기 위해 소주·맥주 무료 이벤트도 열었습니다. 윤석열씨 파면이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진 겁니다.
저 역시 동료 기자들과 함께 파면주를 마셨습니다. 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이제 마음 놓고 편히 잘 수 있겠다", "사필귀정이다",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대한민국 만세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명문' 찬사를 받은 헌재의 선고문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여운을 느끼면서도,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윤석열씨가 끝내 파면이 되긴 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닐 겁니다. 망가진 경제 회복과 더불어,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친 사회대개혁, 제7공화국으로 향하는 개헌 등 굵직한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지도자를 끌어내린 게 벌써 두 번째입니다. 다시는 거리로 나서 탄핵을 외치는 일이 없도록, 정치적 불안정을 털어내고, 대립보단 화합하는 차기 정부가 탄생하길 바랍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