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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인기스타 주소록
입력 : 2025-04-02 오후 8:43:49
자주 방문하는 네이버 카페에 '야생의 시대 주소록'이란 글이 있었습니다. HOT 인기글에도 올라와 있길래 클릭해 봤죠. '93년 인기스타 주소록'을 캡처한 사진이 있었습니다. 당시 인기 있었던 여자 탤런트들의 이름과 주소가 빼곡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이들의 증명사진도 함께 말이죠. 진짜 이들이 살았던 주소였는지 확인은 불가하나, 아파트 동 호수까지 친절하게 적혀있더라고요. 
 
댓글은 진정한 야생의 시대를 보여줬습니다. 가수 이선희의 'J에게' 노래가 담긴 CD에는 이선희의 출생 연월일, 본적, 현주소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적혀있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도 첨부해 놓았습니다. 
 
(사진=인터넷 캡쳐)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사항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정보가 공개될 경우 개인정보가 어느 정도로 악용될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인정보를 탈취해 범죄를 일삼으려는 시대에 살면서 불과 30년전 공공에 공유됐던 야생의 정보들은 낯설기만 할 뿐입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음은 졸업앨범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 당시만 해도 사진과 이름, 집주소, 핸드폰 번호가 빼곡하게 담긴 졸업 앨범은 일명 결혼정보업체에서 돈 주고도 구매를 해갔었는데, 요새 졸업 앨범에는 이러한 정보가 담기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교뿐 아니라 초등학생의 졸업앨범에도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담았던 것은 옛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졸업 후 졸업앨범을 뒤지며 옛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었던 기억도 나는데 요새는 다 옛날엔 그랬었느냐고 하는 일들이 돼 버렸습니다. 
 
과거에는 당연시됐던 정보들이었는데, 오늘의 눈으로 볼 때는 괴이해 보일 정도로라는 것이 세월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적절히 보호돼야 했었던 정보들이 이제야 체계를 갖춘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요, 조금은 서글프다는 생각도 들어요. 공개된 정보 속에서도 큰 사건 사고 없이 서로의 울타리를 지키며 살아왔었던 우리들이었는데요. 이제는 누군가의 정보를 탈취하려는 자들에 눈에 띄지 않게 하나라도 조심해야 하는 우리들이 됐다는 사실이 말이죠.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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