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던 헌법재판소가 이번달까지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를 미룰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화나고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4월 첫째 날을 맞이했습니다.
이날 아침까지 만해도 이번 주에 과연 헌재가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잡을지 알 수 없었죠. 문형배, 이미선 두 명의 재판관 임기 만료일인 오는 18일까지 헌재 선고가 내려지지 않아 결국 내란수괴 윤석열이 복귀할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높은 확률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실시간 속보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나날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탄핵 변론이 종결된 지 1달이 넘었고, 비상계엄 당시 위법·위헌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입증하는 증거와 증언이 차고 넘치는데도 납득할 만한 그 어떤 설명과 이유도 없이 선고를 미루는 헌재에 대한 국민 불신과 분노는 임계치를 넘어서는 듯했습니다.
헌재의 직무 유기와 내란 선동세력의 가짜뉴스, 위헌행위를 일삼는 한덕수,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들의 막장 행태에 피로감과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죠.
최악의 결과인 윤석열 복귀만큼은 막기 위해 권한대행을 비롯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국무위원들을 모조리 줄탄핵하고, 나아가 직무를 유기해 국가 비상사태를 초래한 헌법재판관까지 탄핵하는 초강수를 야당이 더 늦기 전에 둬야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하자 드디어 헌재가 답을 내렸습니다.
오는 4일 오전 11시 윤석열 씨에 대한 헌재의 파면 여부가 결정이 나면 123일간 지속된 혼란 상황이 종식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2년 8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를 견디는 과정에서 추악한 권력의 민낯과 극악무도한 국헌문란 행위를 보며 절망하고 분노했지만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모여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수 많은 민주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일궈낸 이 땅의 소중한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지만, 이번에도 꿋꿋하게 이겨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작 8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들의 최소한의 양심과 이성에 닿길 바랍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