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IDEX' 2025에 설치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통합전시관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증자가 글로벌 방산 시장 ‘톱 티어’ 도약을 노린 선제적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연결 영업이익만 3조5000억원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에 맞먹는 초대형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든 것을 두고 의구심만 커지는 모습입니다.
신규로 자사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을 위한 손쉬운 방식 중 하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이에 무분별한 유상증자는 다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폐해로 꼽혀왔습니다.
실제로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시간 외 시장에서 하한가까지 밀린 데 이어 다음 날 정규장 시작 후에도 장중 최대 15.79% 가량 급락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대규모 투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양호한 재무 전망을 고려하면 대규모 유상증자는 의아하다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투자자들의 비판도 쏟아집니다. 총수일가가 자신의 돈은 쓰기 싫어하면서 남의 돈을 아낌없이 쓰고 싶어한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또한 지난 13일 1조3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투자를 명분으로 초대형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주주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 아니었냐는 의심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는 한화그룹 계열 4개사로 분산된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한데 모은 것인데, 당시 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또한 이 거래를 통해 한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화그룹이 총수 일가의 방산 지배력 강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을 투입하고 시차를 두고 부족해진 투자 재원 마련 부담을 일반 주주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최대주주인 ㈜한화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시장 불안만 커지는 모습입니다. 만일 한화가 동참하지 않을 경우 유상증자의 근거가 퇴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결국 주주 희생을 전제로 한 무책임한 자금 조달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2.65%, 김 부회장이 4.91%,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각각 2.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도 ㈜한화 지분을 22.16% 갖고 있습니다. ㈜한화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결국 총수 일가의 결단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주가 폭락 상황이 심상치 않자 김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들은 사비를 들여 회사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밝힙니다. 지난해 연봉을 모두 회사 주식 매입에 쏟아 부으며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폭탄에 따른 투자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7% 가량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의 싸늘한 반응은 이를 대변합니다. 주요 포털사이트 종목 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여론 무마용 자사주 매입”이라고 평가 절하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대한민국은 재벌 일가만 사람이고, 소액주주들은 그냥 개돼지”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의 공은 금융감독원에 넘어갔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복현 원장의 발언에 투자자들은 부글부글하고 있습니다. 밸류업 역행 행태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개미들이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개미들은 호구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