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24일 기각됐습니다.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된 지 87일 만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5인의 기각 의견과, 1인의 인용 의견, 2인의 각하 의견이 나왔습니다.
여당과 윤석열씨를 지지하는 집단은 즉각 '줄탄핵·줄기각'이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습니다. 특히 헌재 앞에 농성하는 윤씨 지지자들은 "대한민국 만세, 한덕수 총리 만세, 우리가 이겼다" 등 한껏 목소리를 냈습니다. 최근 탄핵 반대집회에서 자주 나오는 '빨갱이, 간첩, 중국, 자유수호' 단어 언급은 물론, 이날은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도 추가됐습니다.
태극기 집회를 무척 지지하는 한 지인(60대)은 선고 뒤 들뜬 목소리로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아이고 잘됐다. 한 총리까지 탄핵 기각이 됐다. 줄기각의 끝이 윤씨까지 되길 바란다'며 '이게 바로 나라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빨갱이의 나라, 우리 후손에게는 이런 비정상의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희망이 가득 담긴, 동시에 진심으로 안도하는 목소리였습니다.
듣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어떤 '정상의 나라'를 물려주고 싶은 건지요.
누군가가 꿈꾸는 '불법적인 계엄을 했는데 탄핵이 안되는 나라, 언제든 자유가 짓밟힐 가능성이 있는 나라, 부정선거 등을 알리기 위해 경고성 계엄이 가능한 나라'. 그런 나라가 '비정상의 나라'가 아니라면, 저로서는 어떤 나라가 정상이라는 건지 판단이 안 섰습니다. 계몽령의 나라에서는, 계엄이 성공했으면 간첩이 사라지고, 빨갱이의 나라가 안 되는 겁니까? 자유가 보장되나요?
말마따나 간첩이 가득하고, 전쟁 가능성이 높고, 자유가 짓밟힌, 그런 나라를 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당연히 '비정상의 나라'를 원할 사람도 없습니다. 제가 아는 '정상의 나라'란, 좌우에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유로이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되 결국은 협조와 이해로 나아가는 나라입니다.
다만 이건 짚고 싶습니다. 지난 22일 윤씨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다음 주에 (윤씨가) 100프로 살아올 것(직무 복귀)을 확신한다"며 "만약에 살아오지 아니하면 이건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내란을 선동한 겁니다. 탄핵기각이 되더라도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중앙선관위, 국회를 해산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폭력과 연결되고, 결론적으로 민주주의 생채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발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