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이자이익이 감소하자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비금융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력 부족과 수익성 문제로 인해 실효성 없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통신, 유통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 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하며 알뜰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신한은행도 지난 2021년부터 은행권 최초로 배달앱 '땡겨요'를 정식 사업으로 등록하며 푸드테크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2%대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소상공인과 소비자 혜택을 공격적으로 늘려가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은행들의 비금융 사업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부수업무 등록을 승인하면서 은행권의 비금융 시장 진출 문턱을 낮췄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은행들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권에서 비금융사업이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은 첫 사례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리브엠은 수익성 면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리브엠 손실액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600억원에 이르고 아직까지 흑자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과 마케팅, 인건비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도 알뜰폰 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으나 흥행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전예약한 고객에게 모바일 쿠폰을 제공하거나 백화점 상품권 등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이미 시장에 먼저 진출한 KB국민은행도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혜택 만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 땡겨요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이 배달앱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배달 수수료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력도를 높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처럼 은행들의 본업인 여수신 업무가 아닌 비금융 사업일수록 새로운 수익원이 되려면 다윽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은행들이 단순히 '이자이익 쌓기'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위해 구색 맞추기 식으로 비금융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이 장기적으로 금융 본업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통신, 배달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서 확보한 고객이 다시 금융 고객으로 유입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비 및 매출 트렌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은행이 추진하던 사업과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비금융 사업만 확장할 경우 본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습니다. 향후 비금융 사업에 대해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