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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소비
입력 : 2025-03-21 오후 5:20:17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가성비 있는 소비를 좋아합니다. 저렴한데, 디자인까지 마음에 들고 기능도 좋다면, 당장 지인이나 가족에게 연락합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돈으로 이렇게 가치 있는 물건을 얻었노라 자랑합니다. 사치 부리지 않고 검소하게 사는 것을 이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전 가성비 있는 소비는 ‘멋있는 것’, 심지어는 ‘옳은 것’ 쯤으로 여겼습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사진=뉴시스)
 
얼마 전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가성비 좋은 물건을 팔아 소비자들에겐 ‘착한 기업’으로 통하는 A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상품 계약 업무를 담당하는 그 친구에게서 A기업의 계약 방식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리다매로 수익을 낸다고 유명한 A기업이 어떤 조건으로 매출을 내는지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계약 과정을 듣고 난 후로 든 생각은 ‘가성비는 불황을 먹고 사는구나’였습니다. A회사와 계약하는 하청업체·임대인에게도 박리다매 전략이 적용됐습니다. 이윤이 적다 보니 계약하려던 사람들은 뒷걸음질 칩니다. 그럼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습니다. 불황이다 보니 공장과 땅이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자를 면하려면 계약을 할 수밖에요.
 
물론 A기업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계약자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가져다준 고마운 기업일 겁니다. 그저 경기가 나쁘니 악조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경기가 나쁘니 저렴한 물건을 찾는 소비자가 느는 현실이 씁쓸할 뿐입니다. 제가 보지 못했던 가성비 소비의 이면이었습니다.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계기입니다. 제 기쁨 뒤에 누군가의 한숨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싸다는 이유로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사는 일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동물복지나 친환경적인 제품을 꼭 필요할 때 사는 태도가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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