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과 포용을 방해하는 강력한 적입니다”
교황을 뽑는 선거인 ‘콘클라베(Conclave)’를 총괄하게 된 추기경 로렌스는 투표를 위해 모인 추기경들에게 이같이 말합니다. 경계해야 할 대상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대 후보가 아니라 ‘내가 옳다’는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사진=엔케이컨텐츠).
영화 <콘클라베>는 갑작스런 교황의 선종 이후 차기 교황을 뽑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콘클라베는 라틴어 ‘Con clavis’가 유래로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뜻합니다. 교황이 선종한 뒤 추기경들이 투표로 새 교황을 뽑을 때까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기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투표는 선거인단인 추기경 모두가 후보이자 투표자로, 한 명의 후보자가 과반을 득표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는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 추기경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비춥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추기경들의 모습은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특히 영화는 콘클라베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공방을 보여줍니다. 추기경들은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진영논리가 판을 칩니다. 상대의 흠결을 드러내고, 음모와 배신이 이어지며 정치적 암투가 벌어집니다. 외부와 차단된 제한적인 환경에서 로렌스는 탐정처럼 후보자들을 검증하며 고군분투합니다.
영화는 투표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건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여성 권리, 동성애와 낙태, 이념 논쟁 등 성스러운 집단에서도 선거철 정치권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영화는 결말에서 다소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정치 스릴러의 형식으로 결말까지 계속해서 의심하고 흔들리는 로렌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로렌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연출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관객들이 영화에 더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이외에도 빼어난 영상미와 오케스트라 음악이 관객들을 사로잡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은 한국 사회에도 따끔한 교훈을 줍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정치적인 대립은 더 격해지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신념과 확신을 경계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입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