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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잘린 광화문
입력 : 2025-03-19 오후 8:13:13
광화문을 자주 갔습니다. 신당동 살 때는 약수역에서 광화문까지 4km 넘는 거리를 걸어 다녔습니다. 종각까지 우거진 빌딩 숲 사이를 걷다가 탁 트인 광장과 고즈넉한 궁궐이 나오는데, 자주 봐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이질적인데 조화로웠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광화문에 갔습니다. 회사 유튜브 인터뷰 촬영을 위해 영상팀과 궁궐 앞 해치상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내려 광장을 가로질러 10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린데요. 20분이나 걸렸습니다.
 
거대한 경찰 기동대 버스가 광화문 허리를 가르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인파를 뚫고도 버스가 길을 가로막아 돌아가야 했습니다. 차 벽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가 나옵니다. 
 
버스 장벽을 기준으로 한쪽은 빨간 물결, 다른 쪽은 파란 물결로 가득했습니다. 노래도 달랐는데요. 역에서 내리자마자 찬송가가 흘렀지만, 해치상에 가까워지니 케이팝이 웅웅거렸습니다.
 
장대 깃발을 하나씩 든 사람들은 차 벽 너머를 향해 외쳤습니다. 이쪽은 "윤석열 탄핵 촉구!" 저쪽은 "대통령 탄핵 각하!" 구호는 다른데 외치는 모양새는 양쪽이 똑같았습니다.
 
동질적인데 조화롭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향해 스피커를 세워놓고 핏대를 세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광화문에도 남과 북이 있던가요.
 
광화문의 매력은 조화에 있습니다. 단절과 반목으로 광화문이 빛을 잃지 않도록 누군가의 진심 어린 사과와 승복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차벽이 생긴 모습. 세종대왕 동상을 두고 앞쪽은 보수 진영이, 뒤쪽은 진보 진영이 자리 잡았다.(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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