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어디까지 방관자일 수 있을까. 과거 퓰리처상을 받은 '소녀 노리는 독소리'란 사진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다룬 국어책에 관련 내용이 담겼는데요. 당시 이 사진은 발표와 동시에 전 세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서울 양천구 CBS기독교방송 사옥 앞에 CBS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 '촬영보다 먼저 소녀를 구했어야 한다'며 비판의 화살은 사진작가에게 향했습니다. 사진작가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고, 셔터를 누른 후 곧장 독수리를 내쫓고 소녀를 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당시 현장에서 취재하던 사진기자들에게 내려진 지침 중 하나는 '사람을 만지지 말라'는 것이었는데요. 이것은 전염병을 옮길 위험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진 기자는 사망합니다. 그를 향한 비난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볼 순 없으나, 일부는 세상의 비판이 너무 지나쳤다며 다시 그를 옹호합니다.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향해 들리지 않는 곳에 있을 그에게 허공에 손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얼마 전 '정언유착(정치계와 언론계간 서로 긴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단어)'의 중심에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있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진행자 김현정씨와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 의원이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을 진행자에게 요청했고, 방송에 실제 적용됐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큰 무리는 없다고 보입니다. 인터뷰 기사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통상적으로 마지막 질문은 '더 물었으면 하는 이야기' 또는 '하고 싶은 말은 없나'란 것을 묻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의원의 요청이 자신이 출연하는 분량에만 속한 것이 아닌 다른 인물이 출연할 때도 적용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확산되자 당시 각종 정치 커뮤니티에는 김현정 진행자를 향해 '준석맘'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요.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진행자는 예정된 휴가를 다녀오겠다며 시청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PD와 회사 측은 관련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고소하겠다는 강경 입장문을 냈습니다.
한동안 시야에 사라졌던 진행자는 돌아와서 한 첫 발언이 "정치판 막장싸움에 언론을 끼워 넣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해명보다 으름장에 가까운 말에 많은 청취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럴수록 관련 키워드에는 '준석맘'이라며 비판하는 글이 더 많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김현정의 뉴스쇼'는 오랜 시간 동안 아침 시사 프로그램에서 3위권 안에 들어가는 영향력 있는 채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중도층이 듣기 좋은 프로란 이야기도 종종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진행자가 항상 방관자로 또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고 해서 좋고, 날카로운 질문을 잘한다고 칭찬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날카로운 질문은 자신이 싫어하는 이들에게만 해당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함께 논란이 된 이준석 의원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은 들어보지 못했고, 오히려 그가 스피커가 필요한 시기에 늘 그 프로에 출연했습니다. 또 부르기 싫은 출연자에게 직접 출연 요청을 하지 않았으면서 "000님의 측근에 문의했으나"란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방관자인척 하는 참여자가 아닐까 하는 것을요.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