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경제에서 안보까지, 3월 첫발부터 '트럼프 스톰'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4일(현지시각) 중국·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했는데요. 중국은 이른바 '10%+10%' 관세를 떠안게 됐고, 멕시코·캐나다는 25% 관세를 부과받게 됐습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전면 중단'을 명령하면서, 세계 질서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전망입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관세 폭탄'과 '안보 장사' 앞에 '동맹'은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동맹·FTA 국가도 예외 없다…글로벌 관세 전쟁 '확전'
중국·멕시코·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신규 관세는 이날 오전 0시1분을 기해 발효됐습니다. 이번 관세 부과로 트럼프 집권 1기 때에 이은 '미·중 제2차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올리는 등 중국 제품에 '슈퍼 관세'를 부과해왔습니다. 여기에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로, 중국은 20%(지난달 부과한 10%에 10% 추가)의 관세를 더 부과되게 된 겁니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됐지만, 아직 미국 시장엔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걸로 보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10+10%' 관세 인상에 맞서,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일부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 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하며 '표적 대응'에도 나섰는데요.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과 동일하게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메커니즘에 제소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확전 대신, 미국에 대화를 요구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 무역을 해왔습니다. 이들 입장에선 통상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캐나다는 25% 관세 발효 직전, 대미 '보복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미국 관세가 발효되는 4일부터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겠다"며 "3주 이내에 1250억캐나다달러(125조원) 규모의 관세가 추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관세 전쟁이 서막에 불과하단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한 발언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3월이 '중대 고비'로 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 시행일은 오는 12일입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내달 2일부터 각국의 대미 관세율·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날 농산물에 대해서도 관세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는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또 구리·목재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조사를 하도록 해, 구리와 목재에도 관세 부과에 나선다는 목표입니다.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 동맹국에 적용돼 파급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미국은 유럽과 같은 오랜 동맹과의 마찰도 불사하는 모양새인데요. 특히 반도체·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25% 수준"이라며 "반도체·의약품의 경우엔, 그 이상이 될 수 있고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 도중 서로 언쟁을 높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우크라에 군사 지원 전면 중단"…대러 제재는 풀 준비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에 이어 안보도 '거래'한다는 의지입니다. 그는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이후,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전면 중지했는데요. 이번 결정은 정상회담이 조기 종료된 지 사흘 만에 내려졌습니다.
군사 원조의 재개 조건은 '평화에 대한 성실한 약속'을 증명했다고 자신이 판단하는 경우로, 바꿔 말하면 "내 종전 구상을 받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원조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 지분 50%를 요구했는데요.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전 보장 장치 요구'는 일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대러시아 제재 완화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말에 "어느 시점에는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지난달 20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간 종전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같은 친러시아 기조는 우크라이나에 굴복을 요구하는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해선 수호 의지를 일부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이날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5조9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뒤였습니다.
결국 협상 카드가 대만엔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엔 없었던 셈입니다. EU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나토에서 미국을 뺀 ETO(유럽조약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