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윤석열씨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자체를 표밭으로 삼을 수 있고, 행정을 통해 유권자와 직접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장은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합니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현재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습니다. 야권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출마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다만 지자체장들이 조기 대선으로 꽂힌 탓에 지방 행정 공백 우려도 제기됩니다.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만 남겨둔 가운데 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씨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3월 중순쯤 나올 걸로 관측됩니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합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대통령 궐위로 인한 조기 대선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30일 전까지 직책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이는 대략 4월 초 안에 사퇴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다만 직책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참가하는 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현직 지자체장들이 대선 출마에 적극적인 건 이런 이유입니다. 실제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각각 본인들의 직책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출마한 사례가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트럼프2기, 한반도 안보의 길을 묻다’ 주제로 열린 제4회 서울시 안보포럼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지자체장 중 여권에선 오세훈 시장, 홍준표 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대권주자로 거론됩니다. 야권에서는 김동연 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이 꼽힙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12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헌 토론회를 주최, '분권형 개헌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가비전 제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당시 토론회엔 국민의힘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비롯해 48명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 사실상 오 시장의 대선 출정식이라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오 시장은 4일엔 대한상공회의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 개혁' 포럼에 참가, 규제개혁을 통한 5% 성장론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민생경제 문제를 해결할 경제 전문가임을 자임하고 나선 겁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이달에는 '다시 성장이다' 책 출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선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19일엔 "내가 정치하며 준비하는 것이 대구 시정하고 차기 대선이다. 내일 당장 대선을 해도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감을 내비친 겁니다. 홍 시장은 이달 '꿈은 이루어진다'와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라는 책을 낼 예정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26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정복 시장은 지난달 3일 "아직 대통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라면서 대권 도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지난달 28일엔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제도와 제대로 된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면 출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한 강연에서 "지금으로서는 그런(조기 대선)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건 없다"면서도 "앞으로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다음 누가 권력을 운영하든 간에 새 권력 창출되든 안 되든 간에 이제는 이런 합작 리더십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장우 시장은 지난해 12월 대권 도전 여부에 관해서 "대선링에 충청 주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내 경선 등에 출마할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지만, 아직 눈에 띄는 행보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7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연 지사는 아직 대권에 도전한다는 공식 선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범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힙니다.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히고 정책비전 준비 등의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 지사는 지난달 13일에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를 1박2일간 방문, '호남정신'과 '노무현의 기적'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김 지사가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고 평가합니다. 김 지사는 광주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김동연, 김경수, 김부겸 등이 다 같이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라고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7일엔 '보수 심장' 대구도 방문하는 등 외연 확장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입니다.
김영록 지사는 공개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3일 광주·전남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결심을 굳혔다. 어떻게 앞으로 어느 순간에 치고 나가느냐의 문제다"라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겁니다. 다만 아직 범야권에서 존재감이 약한 김영록 지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등과 회동하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한편, 조기 대선으로 인한 지방 정치권의 '선거 올인'은 지방 행정 공백 및 마비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지자체장들이 선거 운동에 집중하면서 지방 행정은 뒷전으로 밀려나면, 지역 현안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