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제 도입이 7개월째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선 중고폰 유통 활성화, 중고폰 시장 양지화를 위해 인증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 추진이 사실상 멈췄지만, 수요에 부응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부 사업자는 중고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연간 1000만대에 달하는 중고폰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최근 찾은 신촌 중고폰 'ReBorn' 매장. 지난 1월 중순 가오픈 후 이달 7일부터 본격 영업에 나섰습니다. 중고폰 매입부터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까지 중고폰 매매와 관련한 모든 일들이 이뤄집니다. 대다수 중고폰 업체가 매입에만 초점을 맞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신촌 중고폰 ReBorn 매장 간판. (사진=뉴스토마토)
ReBorn 매장은 중고폰의 단말 등급과 세부적인 손상 위치, 손상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중고 단말 성능확인서·보증서 발급도 가능하죠. 개인정보 삭제를 위해 공장 초기화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중고폰을 소비자들이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QR코드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이동통신 매장에서 신규 휴대폰은 손으로 만져보며 살 수 있지만 중고폰은 유리장 안에 진열됩니다. 눈으로 살피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ReBorn 매장에서도 중고폰을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대신 QR코드를 인식하면 제품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일본의 중고폰 매장도 방문해 참고로 삼았습니다. 일본은 앞서 2020년부터 재사용 모바일 사업자 인증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재사용 모바일 사업자로 인증받은 이들의 경우 추가로 배터리 관련 인증제를 받을 수 있게끔 했는데요. 재사용 모바일 단말기를 안전하게 구매 혹은 판매하도록 하는 게 이들 제도의 목적입니다. ReBorn 관계자는 "부족한 서비스는 없는지 살펴보는 차원에서 일본 매장도 둘러봤다"며 "QR 서비스는 벤치마킹 한 것 중 하나인데, 중고 제품의 변화된 내용을 시시각각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ReBorn 매장 내 중고폰들. (사진=뉴스토마토)
ReBorn은 오는 6월 온라인 사이트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현재 매장에는 300~400대의 중고폰과 아이패드 등이 있는데, 온라인 사이트가 오픈되면 2000대 정도의 물량을 전시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제품을 찾아본 후 오프라인에서 실제 제품을 확인해볼 수 있도록 서비스 연계도 준비한다는 계획입니다.
중고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6개월 보장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매 후 6개월 동안 제품의 안정성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는데요. 다음달부터는 중고폰 보험도 도입합니다. 핸드폰 가격의 10% 정도를 일시불로 내면, 1년 동안 제품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애플케어와 같이 한번에 완납하는 구조인데요. 다달이 비용이 청구되는 국내 시스템 상 마땅한 업체가 없어 호주 사업자와 손을 잡았습니다. ReBorn 관계자는 "단말 성능 가운데 배터리가 80% 이상인 제품만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제품에 대해 6개월 보장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보험도 도입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ReBorn의 중고폰 패키징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현장에서 만난 중고폰 관련 사업자들은 중고폰 인증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일부 사업자들이 중고폰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는 있지만, 정부가 인증제를 도입해야 진정한 의미의 시장 양성화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폰 대부분이 해외로 유통되는 실정인데, 휴대폰이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고폰 수요가 충분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10년전 70만원 선이던 휴대폰 가격이 이제 150만원을 훌쩍 넘어선 만큼,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라도 건전한 중고폰 시장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를 키울 때는 새 차를 팔고, 새 핸드폰을 팔며 수출에 나서는 것이 이득이었겠지만, 이제는 합리적인 소비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장 형성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