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기아 EV 데이' 취재를 위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열 네시간 반을 날아간 스페인. 스페인은 남유럽에 위치한 국가로 190만명, 9%가 자동차 시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연간 200만4000대에 달합니다. 자동차에 조애가 깊은 스페인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차는 뭘까 궁금했습니다.
24일 스페인 산트 보이 데 요브레가트 인근 고속도로에서 폭스바겐 해치백 폴로가 주행 중인 모습(사진=표진수기자)
도로에 주행하고 있는 차들을 보니, 10대 중 8대가 해치백 모델이었습니다. 해치백은 외관상 뒷좌석 공간과 적재 공간이 합쳐져 있는 자동차의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지 딜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럽 사람들은 자동차를 과시수단이 아닌 단순 운송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실용성도 따져야하기 때문에 해치백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숙소가 있는 바르셀로나 시만 봐도 좁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는데, 주차가 까다로운 스페인 길거리에서는 차체가 작지만 적재공간이 많은 해치백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2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에 돌아다니고 있는 토요타 프리우스 택시(사진=표진수기자)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 골목에서 주차 돼있는 기아 니로 (사진=표진수기자)
바르셀로나 시는 스페인의 주요 관광지이다 보니, 택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럭셔리 세단이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고, 택시 또한 해치백이 주를 이뤘습니다. 차종 별로는 폭스바겐 해치백 모델인 골프나 폴로, 토요타 프리우스가 특히 눈에 띄었고, 기아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해치백 씨드도 많이 보였습니다.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스페인 등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럽에 현지 생산형 모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씨드 해치백 모델이 많이 보인 이유입니다. 이밖에도 도심형 컴팩트 준중형 SUV 스포티지, 소형 SUV 스토닉과 니로 등 실용성 좋은 차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해외 자동차 전문업체 카스쿱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모델 10위 중 절반은 해치백이라고 합니다. 다치아 산데로, 폭스바겐 골프, 르노 클리오, 폭스바겐 T-Roc, 푸조 208, 토요타 야리스 등 순입니다.
24일 스페인 타라고나 시 골목에서 주행 중인 기아 씨드와 스포티지 (사진=표진수기자)
24일 스페인 타라고나 시 골목에서 주행 중인 기아 모닝 (사진=표진수기자)
큰차를 선호하는 한국에서 SUV나 세단에 밀린 해치백의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해치백 무덤'으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해치백은 연간 3만3791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전체 승용 신차 판매 143만9310대의 2.3% 수준에 그칩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국산 해치백 차량은 경차 모닝 한 종 뿐입니다. 국내에서 해치백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자동차 크기를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연결짓는 문화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해치백 천국인 스페인처럼, 한국은 언제쯤 자동차를 운송수단으로 여기는 실용적 의식이 자리잡을까요?
2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에 주차돼 있는 (왼쪽부터)토요타 콜롤라와 오펠 코르사(사진=표진수기자)
바르셀로나(스페인)=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