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 담화문을 찬찬히 읽어보고, 임신·출산·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민주당의 패악과 일당 독재, 파쇼 행위를 확인하고 이 사건 변호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저는 계몽됐다."(김계리 변호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11차 마지막 변론기일에 피고인 윤석열씨 측 종합변론의 주요 내용입니다. 김계리 변호사는 윤씨 측 최연소 대리인인데요. 14개월 딸을 둔 아기 엄마라며 자신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내용은 '간첩'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면서 민주당은 '범죄자 소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 23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라며 "우리 국회는 범죄자 소굴로 입법 독재를 통해 사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3명 의원들의 전과를 줄줄 읽어 내려갔습니다.
김 변호사의 발언을 종합하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민주당=간첩', '계엄선포는 국민을 깨우기 위한 계몽령'이란 내용과 일치합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누가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이번 계엄은) 민주당의 일당 독재 파쇼 행위에 대한 현재 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국민 호소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마치 교회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간증과 같은 발언을 조롱했습니다. 해당 기사에 댓글로 누리꾼들은 "변호사인가 전도사인가" "이름을 '김계리'에서 '김계몽'으로 바꾸라" "계엄으로 계몽됐다는 건 말장난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윤석열씨의 67분간 이어진 최후진술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종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탄핵 기각'의 희망을 품은 내용을 담았는데요. 하이라이트는 "계엄은 또 없으며, 임기 중반 후 계획했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총과 칼로 무장한 군인들을 이용해 국회를 전복하려고 했던 이의 말을 누가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진솔한 변론" "진정성이 엿보여 기각될 것 같다"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또 강경 지지자인 전한길 강사는 26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기각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12·3 계엄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습니다. 또 '서부지법 폭동'의 공포가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헌재의 판결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씨의 파면 여부만을 결정하는 절차는 아닐 것입니다. 법치주의를 흔드는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적 가치와 헌정질서 수호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김계리 변호사가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