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취임 한 달, 몰아치는 트럼프…지속 가능할까
유럽·아랍 등 국제적 반발에, 미국 내 여론도 악화
입력 : 2025-02-25 오후 3:42:48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미국의 관세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스톰'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각)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까지 73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요.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42개)보다 많은 것은 물론이고 최근 40여년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준 가장 많은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이처럼 쏟아지는 행정명령에 대해 '홍수 전략'(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숫자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파괴력이 큽니다. 관세 전쟁이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캐나다·멕시코에 대해 한 달 유예했으나, 중국에는 그대로 시행했습니다. 이어 모든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행정 명령도 내렸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정국도 모두 포함되고 미국에는 없는 세금인 한국 등의 부가가치세도 관세로 취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가자지구 점령' 선언 이어 우크라 종전 협상에 피해당사자 배제도 
 
안보 관련 사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제국주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토 욕심까지 드러냈습니다. 파나마 운하 재복속,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현재 전쟁 중인 가자지구를 점령하겠다고 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정을 시작했으나, 러시아 요구에 따라 피해 당사자인 우크라와 유럽연합(EU)을 배제하기도 했습니다. 최대 쟁점인 러시아 점령지 처리와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러시아 측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 한편으로 우크라에 대한 지원과 종전 후 군사지원 등에 대한 대가로 우크라의 희토류 관련 수입 등 자원 채굴을 통해 번 돈의 50%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되돌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했고 "정부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만을 인정한다"며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금지시켰습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으로 임기가 2년 8개월이나 남은 찰스 브라운 대장을 경질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경질한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 (사진=연합뉴스)
 
 
'관세 전쟁'으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 커졌다
 
이처럼 전방위로 일방적 정책을 시행하면서 반발도 전방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관세 전쟁'에 따라 미국 내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12일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점이어서 '관세 전쟁' 효과가 본격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sobering)“며 경계했습니다.
 
관세 전쟁의 제1타깃인 대중국 무역에서도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당장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는 지난 13일 1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 발표 후 "지난해 말부터 추가된 무역 규제로 중국 사업이 제약을 받고 있다"며 "올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가량의 매출 역풍(headwind)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고관세에 대해 보복에 나선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안보 분야에 대한 국제적인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맞서 유럽에서는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당 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한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자체 방어할 수도 있도록 "영국과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한 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 안보전략의 기본 축인 '대서양 동맹'이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점령' 선언에 대해서는 이집트, 요르단 등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지지해온 주변 아랍국들이 극력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요하는 건 아니다. 물러나 편하게 지켜보면서 권할 뿐"이라고 후퇴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후퇴·폐기에 대한 반발도 격렬합니다. 출생시민권 폐지에 대해 20개 이상 주에서 위헌소송이 제기되면서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지지율 40%대로 하락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여론조사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13~17일 미국 성인 1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 범위 ±3.1%)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7%, 부정 평가는 52%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13~18일 성인 26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 범위 ±2.1%포인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5%, 부정 평가는 53%였습니다. 이 조사에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물가를 올릴 것이며, 책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답한 응답이 70%에 달했습니다.
 
이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017년 '트럼프 1기' 초기 지지율보다는 높지만, '트럼프 2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16일 발표된 <CNN> 조사에서 지지율이 55%에 달했던 것과는 차이가 납니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 '허니 문'이 일찍 끝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민주당의 전략 전문가이자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책임자였던 제임스 카빌은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4~6주 안에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 사태로 '트럼프 2기' 초기 대응에 손을 놓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리더십 공백' 상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노출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시간을 버는 측면도 있습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서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앞으로 석 달 정도 걸릴 텐데 그 사이에도 미국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정책들이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데 그런 면까지 감안해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황방열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