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보험(펫 보험) 시장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2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펫 보험 판매 국내 보험사 10곳(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농협·라이나·캐롯)의 일반, 정기 상품 합산 기준 보유계약건수는 14만488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8년 7005건에서 △2019년 2만4199건 △2020년 3만5415건 △2021년 5만1727건 △2022년 7만1896건 △2023년 10만9088건 등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펫 보험 원수보험료의 경우 559억3844만원으로 2018년 11억2039만원에서 50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펫 보험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동물복지 국민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은 약 28.6%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지난 2010년 17.4%였던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이 14년 만에 11.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통계 결과에 비춰볼 때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4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한수의사회에 의하면 전국 동물 병원 수도 지난해 5322개로, 소아청소년과 의원(2187개) 대비 2.4배 규모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펫 보험 시장 성장세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습니다. 낡은 법입니다. 현재 수의사법상 수의사는 동물 진료 뒤 진료 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습니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발급 요청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보험 가입자는 보험금 청구 시 진료내용 없이 카드 이용 금액만 적힌 영수증을 보험사로 전송합니다. 보험사는 동물 진료 비용 외에 동물 사료, 미용비용 등이 포함돼 있어도 이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적정 보험금 지급을 위한 손해 사정에 문제가 발생할 틈이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시장 성장세와 달리 펫 보험 가입률은 1%대에 머무르는 실정입니다.
농식품부 역시 현재 기존의 수의사법을 개선할 필요성을 인지한 상태입니다. 작년 10월 '제6차 농식품 규제 혁신 전략회의'를 열고 중요도와 시급성이 높은 규제 혁신 과제 50개 중 하나로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를 선정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자가 요청하면 진료기록 열람 또는 사본 발급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7월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수의사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두 의원이 낸 개정안 내용은 약간 차이가 있긴 하나, 기본적으로 반려동물 양육자가 수의사에게 진료받은 동물 기록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 골자입니다.
지난 20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폐기된 수의사법 개정안. 이번 22대 국회에선 통과될 수 있을까요. 보험업권 한 관계자는 "수의사법 개정을 통한 동물 병원의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해 반려동물에 대한 과잉진료, 보험 사기를 막고 합리적 손해 사정을 통해 반려동물보험의 보험금 누수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되는 펫 보험 시장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기 위해선 국회가 낡은 수의사법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뚝섬 수변공원에서 열린 동물 가족 행복 페스타에 참가한 시민들이 반려견과 공원 일대를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