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내수 부진 타개의 마중물을 위해 지역 건설경기 보완 등 민생경제 후속 과제를 내놓고 있지만 빠르게 식어가는 '고용 쇼크'를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데다, 불평등과 저출생·인구소멸 등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역할도 축소되고 있어 국가 재정의 적극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생정책 펼치고 있지만…일자리 '뚝'
19일 통계청의 '분기별 전체임금근로 일자리 및 증감 추이'를 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2분기(21만1000개) 이후 전국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24만6000개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통계가 최종 집계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최악의 증가 폭입니다.
윤석렬정부 출범 시기인 지난 2022년 3분기를 기준하면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 폭은 전년 대비 59만7000명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70만명 증가 폭에서 소폭 하락세를 보인 이후 2022년 4분기(49만1000명), 2023년 1분기(45만7000명)에는 40만명대 증가 폭으로 줄었습니다. 2023년 2분기(37만9000명), 3분기(34만6000명) 당시는 30만명대 증가에 그쳤습니다.
19일 통계청의 '분기별 전체임금근로 일자리 및 증감 추이'를 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2분기(21만1000개) 이후 전국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24만6000개 증가에 그쳤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23년 4분기에는 29만3000명 증가에 머문 후 지난해 1분기 31만4000명 증가세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저조한 증가 폭을 보여 왔습니다. 이후 2분기(25만4000명), 3분기(24만6000명) 모두 20만명대 증가 폭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78만8000개입니다. 이중 전년동기와 동일하게 근로자 변동이 없는 '지속 일자리'는 1495만9000개로 나타났습니다. 퇴직·이직으로 근로자가 대체된 일자리는 335만4000개였습니다.
이에 반해 기업체 소멸 또는 사업 축소로 사라진 소멸 일자리는 222만9000개에 달했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27만4000개), 50대(11만9000개), 30대(6만6000개)의 증가세가 뚜렷한 반면, 20대 이하와 40대는 각각 14만6000개, 6만7000개 감소했습니다. 특히 20대 이하 일자리는 8개 분기 연속 감소세입니다. 감소 폭도 3분기 연속으로 10만명 넘게 줄었습니다.
산업대분류별로는 섬유제품 5000개, 전자통신 3000개, 인쇄·기록매체 2000개 등의 감소 폭을 보인 제조업과 비교하면 건설업계의 타격이 가장 컸습니다. 건설업, 부동산 감소 규모는 각각 4만7000개, 8000개에 달합니다.
더욱이 올해 고용 한파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달 기업들의 신규 구인 인원은 13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42.7% 줄었습니다. 이는 1997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감소 폭입니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취업문이 쪼그라든 겁니다.
뒤늦게 정부도 물가·일자리 이어 건설 분야의 민생경제 점검을 통한 마중물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윤석열정부 동안 민생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오명을 벗기 어려워 보입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장실패 보안 못하고 감세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환 민주당 의원실이 밝힌 조세부담률을 보면, 지난 2022년 22.1%에서 2023년 19.0%로 급락했습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국민부담률은 2022년 29.7%에서 2023년 26.9%로 감소하는 등 OECD 평균(33.9%)과의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2023년 명목 GDP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약 168조원의 재정 차이가 발생한다는 게 김 의원 측의 설명입니다. GDP 대비 중앙정부 총지출 비중도 2022년 29.4%에서 2023년 25.4%로 축소됐습니다.
이는 조세부담률과 총지출이 동시에 축소되면서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민생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더욱이 OECD 주요국들을 보면 조세부담률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복지와 공공서비스 확충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윤석열정부는 정반대로 감세와 긴축 기조를 고집하며 민생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부자 감세 정책이 지속되면서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급락했다. 총지출 축소로까지 이어져 정부의 재정 기능이 약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 불평등, 저출생·인구소멸, 환경·기후위기와 같은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역할이 축소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재정정책을 통해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민생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재정 긴축을 지속할 경우 오히려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놓친다. 하루빨리 시대상황에 맞는 재정 철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현 경기 상황은 과거에 비해 취약하며 재정정책 제약, 경제심리 악화 등으로 내수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부정적 영향도 증가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민생경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싼 여·야·정 4차 국정협의회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민생경제와 관련한 추경의 여부가 20일 판가름 날 예정으로 온도차를 극복한 대책을 내밀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