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의문을 자아내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계엄을 하기 전까지 곤두박질치던 윤석열 씨에 대한 지지율이 계엄 사태가 한 달 정도 지나자 대폭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또 '탄핵'을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여의도 광장을 가득 메웠던 것과 달리 '탄핵' 인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40%를 넘은 여론조사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수치를 더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것은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역을 찾았을 때입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었는데요. 이를 믿었던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그들의 텃밭인 TK로 향하는 경부선 열차를 타기 위해 모인 시민들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분노하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생중계되고 있던 뉴스에서 들려오는 한 시민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어떻게 얼굴을 들고 이곳에 왔느냐"라고 외쳤습니다. 그 가운데는 윤석열 씨의 열혈 지지자도 있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을 지키지도 못하고 여기서 대체 뭘 바라 왔느냐"라고 호통쳤습니다.
이 모습을 방송으로 지켜본 다수의 시민들은 여론조사의 결과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궁금증에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각 여론조사결과와 조사 문항들을 유심히 보게 됐습니다.
대체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는 여론조사의 경우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첫째 문항이 편향적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보수인사인 정규재 대표가 이끄는 '팬앤드마이크'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한 질문 중 대표적으로 편향된 것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주요 내용은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밀한 관계임이 드러나고, 자신이 SNS계정에 작성했던 게시물들이 논란이 되자,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문 재판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미선 헌법 재판관이 주식과다보유와 근무시간 중 주식거래 의혹 등으로 헌법재판관 임용 시 부적격 논란이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언제까지 판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의 내용입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문항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전인 2월 말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4월 18일 이전 △법률이 정해진 대로 180일의 심리기간을 충실히 지켜서 6월 △잘 모르겠다 등을 묻고 있습니다.
이밖에 질문들도 살펴보면 편향적이거나 혹은 헌법재판관을 부정하는 문항이 다수입니다. 이는 여론조사를 의뢰한 기관 자체가 헌법 기관을 흔들기 위해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선동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두 번째는 대다수의 여론조사가 ARS 자동응답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로조사의 경우 여론조사를 하는 기계를 속일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즉 50~60대 해당되는 이가 30대나 20대로 속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당원들을 동원해 일부 여론조사를 조작한 의혹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씨에 대한 탄핵 관련 심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만약 내란우두머리 윤석열 씨 탄핵이 인용된다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때보다 여론조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다 많은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마치고 나서던 중 시민단체 회원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