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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손짓, 소통의 시작
입력 : 2025-02-05 오후 3:39:33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의 일입니다. 바쁘게 주문들을 포장하던 와중에, 한 고객이 카운터로 왔습니다. 손을 격하게 흔드시는 게 제품을 넣을 종이가방을 달라는 것 같았습니다. 쏟아지는 주문에 지친 나머지 종이가방을 무심히 건네고 다음 주문을 준비했습니다. 고객은 엄지를 치켜드시고는 손을 부단히 움직였습니다. 수어를 쓰는 청각장애인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해 연신 인사를 드렸습니다.
 
한국 수어 "고맙습니다" 수형 사진. 손끝이 밖으로 향하게 펴서 모로 세운 오른손의 4지 옆면을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편 왼 손등에 두 번 댄다. (사진 = 국립국어원 한국수어 사전).
 
며칠 뒤, 그 고객이 매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조금은 한산한 시간, 고객의 주문을 포장하던 와중에 문득 한 수어가 떠올랐습니다. 자격증 공부 중에 우연히 스쳐봤던, TV에서도 종종 등장하던 수어였습니다. 그분께 제품을 드리면서 수어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오른손을 세우고, 왼 손등을 두 번 두드렸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고객은 화들짝 놀라 이내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습니다. 쓰고 있는 마스크를 내리더니 어눌한 말투로 “고마워”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온전한 소통이 이뤄진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지난 3일은 제5회 ‘한국수어의 날’이었습니다. 2월 3일은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로 한국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청각장애인의 공용어로 인정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입니다. 한글날(10월 9일), 한글점자의 날(11월 4일) 등과 함께 언어 관련 법정 기념일입니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한국수어의 날이 속한 주간은 ‘한국수어 주간’으로 정해집니다.
 
한국어와 영어가 다르듯 수어 역시 나라마다 다릅니다. ‘수어의 날’이 아니라 ‘한국수어의 날’인 이유입니다. 좁게 보더라도 한국어와 한국 수어는 다른 언어입니다. 청각장애인이 아닌 한국 사람이 한국 수어를 모르는 것처럼 청각장애인에게도 한국어가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소통의 시작은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부터 출발합니다. 한국 수어 주간을 맞아 ‘보이는 언어’인 한국 수어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청각장애인들이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길 바랍니다.
 
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
이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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