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사거리에 경찰 차벽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13세의 어린 나이에 진나라 왕위에 오른 영정은 500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의 막을 내린 진시황입니다. 통일왕조라는 대업을 달성한 이후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긴 했지만, 피로 물든 춘추전국시대를 끝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습니다.
진나라가 초·한·위·조·제·연나라를 정복할 수 있던 배경에는 토건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도 있지만, 인재 기용이 크게 주목받습니다.
전국시대 말 한나라는 정국이라는 인물을 몰래 진나라에 보냈고, 진시황은 그를 신뢰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토건과 관련한 일을 정국에게 맡겼는데, 뒤늦게 그가 한나라의 간첩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에 진시황은 모든 객경(다른 나라에서 와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국외로 추방하라는 '축객령'을 내립니다.
이때 초나라 출신이었던 이사는 진시황에게 '간축객서'라는 상서를 올립니다. 여기서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아 그 높이를 이루었고, 황하는 한 줄기의 시냇물도 가리지 않아 그 깊이를 이루었다"라는 문장은 축객령을 폐지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이사는 진나라의 강대함이 인재에서 온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사람을 가볍게 여기면 천하를 지배할 수 없다며, 외국인이라고 해서 배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진시황은 출신과 상관없이 천하의 인재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진시황의 인재 기용술은 춘추전국시대의 막을 내린 가장 큰 기반이 됐습니다.
간축객서의 내용은 단순히 과거의 글로 치부할 수 없는 이치가 담겨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이치이기도 하죠.
현재의 대한민국은 난세 그 자체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면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든 야든 결국 양당에서 대통령이 배출되겠죠.
여야는 지금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한쪽의 몰락이 시작될 겁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은 정치 진영의 승리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결국 차기 정부가 인재 기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겁니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고, 계파를 뛰어넘는 인재 기용이 필요합니다. 한가하게 진영 싸움, 계파 싸움을 할 때가 아닙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