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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이미선·정계선 좌편향?…이상민 탄핵 반대하고 4대강도 적법
권성동,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1심 판사…"우리법연구회 출신, 판단 정확해"
입력 : 2025-01-31 오후 4:34:07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진보적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기 때문에 야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다. 그러니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윤석열씨의 탄핵심판을 기피하라' 국민의힘을 필두로 보수 지지층이 하는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하지만 '진보 좌편향' 판사로 낙인찍힌 이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 사건에서 기각을 결정했습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면 야당이 아닌 여당 편을 든 겁니다. '4대강 사업', '김학의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 등에서도 진보적 성향을 가진 법관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했습니다. 보수 진영의 주장이 기우에 불과하단 겁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 173명은 2023년 3월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했습니다. 사망자 159명이 발생한 이태원참사의 책임을 물은 겁니다. 사건은 헌재로 넘어갔고, 같은해 7월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안은 기각됐습니다. 당시 재판관 9명 중 2명은 여당이 '좌편향 판사'로 낙인찍은 문형배·이미선이었습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이 장관이 참사 직후 했던 대응과 행동은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공무원의 성실의무, 품위유지업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지만 파면을 정당화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문형배 재판관은 과거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것,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 등으로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데요. 정치에 휩쓸리 보다 법리에 따라 판단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문 재판관이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0년 12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던 낙동강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소송에서 한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4대강 사업은 당시 이명박정부의 국정사업이었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해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급기야 1800명이 넘는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낙동강 하천공사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업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환경만 오염시킬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문 재판관은 정부 손을 들었습니다. 정부의 하청공사 시행·실시계획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해당 판결을 내린 문 재판관은 진보적 법률가들이 모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사법부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정계선 재판관은 2019년 11월 서울중앙지법 판사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 등 뇌물을 받아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김 전 차관의 제3자 뇌물수수나 수뢰 후 부정처사가 증명되지 않았고, 별장 성접대의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입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은 2019년 여야의 정쟁으로 확대된 대표적 정치 사건입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지시하자,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를 겨냥한 의혹 제기"라고 반발했습니다.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3년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김학의 사건의 검찰 수사를 무마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검찰이 김 전 차관에 불기소 처분을 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씨였는데, 그는 훗날 자유한국당 대표가 된 겁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불공정재판 배후에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카르텔이 있다"고 발언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법연구회라고 진보세력에 편향된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2023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우리가 흔히 어떤 특정 연구단체에 소속되면 이럴 것이다 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저도 문재인정부 때 부당 기소에 의해서 재판을 받은 사람이다. 재판 끝나고 (1심 재판장을) 나중에 보니까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더라. 그런데 정확하게 판단을 합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1심 무죄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지만, 법리에 따른 정확한 판결을 했다는 것을 칭송한 것입니다. 
 
헌재는 여당과 보수 지지층이 헌재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을 지적하며 재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오후 진행된 헌재 정례브리핑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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