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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덕에 무당층
입력 : 2025-01-31 오전 9:32:31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중도층을 혐오했던 적 있습니다. 국민의힘·민주당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줏대 없다'고 느껴졌거든요. 대표님 덕에 '무당층'이 되고 나니, 비로소 이해됩니다. 지지하고 싶은 정당 없는 게, 유권자 탓은 아니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지난 2022년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여성 유세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를 타면, 기사님께 묻습니다. 어떤 정치인을 좋아하는지에 관해서요. 이번 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사님은 8개의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보통 시민의 인식은 그렇습니다. 털어서 안 나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는데, 되묻고 싶습니다. 먼지털이식 수사를 한다 해서, 범죄 혐의가 나올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먼지가 나오면, 정치하면 안되죠. '5100만 시민의 대표자'가 그리 만만한 자리던가요.
 
지난 4·10 총선 때 국회에 처음 왔습니다. 그땐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정말 별것 아닌 줄 알았죠. 대선 패배에도 당대표를 2번이나 하고, 집권플랜본부까지 만들길래요. 그런데 '별것'이 맞더군요.
 
이르면 오는 3월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재판 결과가 나온다는데, 기대됩니다. 장담하건대, 당선무효형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뿐일 겁니다.
 
'트럼프 모델'로 돌파하겠죠. 그게 가능하도록 당내 환경을 조성해 놨으니까요. 혹자는 트럼프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 이재명뿐이라던데,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마저 '이게 맞냐'며 고개를 젓습니다. '국민의힘은 안된다'는 마음으로 민주당을 뽑아온 중도층은 "이제 지지하고 싶은 정당이 없다"고 합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선 상대로 이재명이 제일 쉽다"고 했습니다. 조기 대선이 본격화하면, 토론회에선 '사법리스크'를 두고 난타전이 벌어질 겁니다.
 
민주당은 특검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스스로 검찰 손에 '내란수괴' 기소를 맡겼습니다. '인지수사'와 '언론브리핑' 조항이 특검 그 자체보다 중요했던 모양이죠.
 
당내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신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돌아섰습니다. 채상병, 김건희, 내란 특검 뭐 하나 성공시킨 게 없네요. 172석에 대한 책임감은 없습니다. 결국 모든 건 국민의힘 탓이니까.
 
29번의 탄핵, 탄핵안 내란죄 철회, 여론조사기관 고발, 민주파출소 출범까지. 이 대표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요? 덕분에 내란에 동조해도 국민의힘은 살 만합니다.
 
중도.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바른 도리'를 뜻하는 불교 개념입니다. 극단에 계신 분들이 양비론이니 뭐니 해도 상관없습니다. 중도층으로 살겠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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