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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무궁화신탁의 최대주주인 오창석 회장이 자기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1500억원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무궁화신탁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매각을 추진 중이라 매각가가 영향을 받거나 대출기관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 회장이 무궁화신탁 주식을 담보로 'S금융사' 등에서 대출 받은 금액은 1500억원에 달한다.
무궁화신탁 관계자는 “오창석 회장 개인대출 건으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오 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 가량의 대출이 이뤄진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정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무궁화신탁 매각 '첩첩산중'
앞서 오 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인 무궁화신탁 지분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원매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NH농협금융, SH수협,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은 일찌감치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무궁화신탁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최근 무궁화신탁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69%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높은 수위인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 NCR는 100% 이상 유지해야 하며,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에 따라 무궁화신탁은 24일까지 금융당국에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대출금 상환이다. 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환이 어렵다. 무궁화신탁은 비상장 주식이라 반대대매매를 통한 자금 회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은 통상 담보 주식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대출금 조기 상환을 요구한다.
오 회장은 무궁화신탁 매각 이후 지분을 팔아 대출을 갚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자회사를 통한 현금 회수로 이를 메꿔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오창석 회장은 나반홀딩스, 천지인산업개발 등 가족회사를 동원해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광명전기, 엑세스바이오 등을 인수하고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충하고 있지만, 대부분 적자 규모가 크고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는 회사가 많아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각가 떨어지면 대출기관 피해 가능성도
관련 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의 약 950억원에 달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현금흐름 등을 고려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의 가격으로 매각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창석 회장의 지분 62.4%를 고려하면 PBR 1배인 2425억원에 매각되면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매각가가 낮을 경우 대출기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무궁화신탁이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경영개선계획 승인이 불발될 경우에는 청산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무궁화신탁에 예금보험공사 감독관이 파견돼 있어 현재까지 상황으로만 보면 청산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이 경우 관련 업계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청산까지 진행은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신탁의 경우 지난 2009년 마지막 인가 이후 11곳으로 유지하다 2019년에서야 3곳이 추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면 금융당국에서도 청산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금융위의 인가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라 매각가가 더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곳도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