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우려와 기대 속에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인한 급격한 글로벌 정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과 산업계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는데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의 제약바이오 공급망 재편을 강화할 거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산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 정책이 더욱 강화돼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는데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생물보안법은 늦어도 올해 초에 미국 의회를 최종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글로벌 정세변화가 눈앞에 닥쳤지만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기능을 상실한 상태죠. 결국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제약 바이오 산업 발전의 가교 역할을 하는 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산업 경쟁력에 보탬이 되고자 정책제언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정부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변화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저 허울 좋은 의미 없는 말 잔치에 불과해 보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혐의로 구속되고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상 외교는 커녕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에 대비해 우리의 제약바이오 의약품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관련 분야에서의 국제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R&D 및 기술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적극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하죠.
수출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산업육성 지원과 기업들의 활발한 기술혁신 노력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암담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기존 무역질서에서 벗어나 모든 나라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국가에는 추가적으로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전 세계 통틀어 제약 바이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입 앞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정부의 외교와 정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오로지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트럼프 변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란 정국이 하루빨리 수습되고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외엔 답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