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정부가 아직 올해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부동산 정책대출 상품 공급 규모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통상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계기로 정책대출 목표를 정하는데, 올해는 의견 절충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추가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주택 관련 정책 대출을 조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토교통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책대출이 작년과 비슷한 55조원 안팎으로 풀린다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례적으로 은행의 정책성 대출 취급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은 "국내은행의 자체 재원 정책대출이 2022년 이후 180.8% 증가하는 등 가계대출 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은행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건전성 악화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책자금대출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세 및 은행 손실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책대출은 그간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습니다. 은행 자체 재원인 디딤돌·버팀목대출은 은행의 여신 잔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책성 대출인데도 위험가중치에 반영돼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국토부와 금융당국의 엇박자에 은행권은 머리가 아픈 상황입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정책 상품을 계속 팔아야 할지, 그렇다고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취급을 멈출 수는 있는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곤란한 겁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정책대출을 더이상 취급하지 말라는 뜻인지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방향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은행권의 정책대출에 대한 혼돈에서 머무르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실수요자인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까 걱정입니다. 하루빨리 부처간 합의를 통해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여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