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뉴스토마토>는 내란수괴 윤석열씨 체포 상황과 탄핵 찬·반 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2주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상주했습니다.
대통령이 체포되기 직전인 상황이니만큼, 현장에서 만난 집회 참여자들은 감정적으로 격양돼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들에게는 한 자리에 모인 서로에 대한 '매너'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14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집회 참여자가 무단으로 외부 음식을 취식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집회 참여자들은 상대 진영 쪽에서 걸어오는 행인들에게 과격한 욕설을 내뱉는 건 기본이고, 심하면 밀치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양 진영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로 이뤄진 차벽은 한남대로를 곳곳을 메웠습니다. 차도는 가용 차선이 줄어든 만큼 혼잡해졌고, 인도는 경찰의 통제로 양방향 원활한 이동이 불가해졌습니다.
이러한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 해소와 싸움 붙이기에 목적이 있는 집회 참여자들은 상대 진영에 주구장창 찾아가 욕설을 하고 밀치는 등 위협을 이어갔습니다.
보수 집회에서 나눠준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라고 적힌 전단지 등 쓰레기로 거리가 지저분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발 밑의 쓰레기에 관심을 주지 않았고, 청소는 새벽에 출근한 환경미화원의 몫이 됐습니다.
밤이 되면 인근 편의점의 소주, 막걸리가 동이 날 만큼 술을 마신 이들이 노상방뇨를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습니다. 이들은 주택가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태극기를 들지 않은 행인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거리를 위험에 빠트렸습니다.
인근 음식점과 카페는 더욱 몸살을 앓았습니다. 집회 참여자들이 주문조차 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며 컵라면과 김밥 등 외부음식을 취식한 겁니다.
이들은 업주가 '주문해 달라'고 부탁해도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무단으로 가게 화장실을 쓰는 것을 막자 '나라를 지키러 온 애국자에게 인색하다'며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집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가게 안에 막 버리고 가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가게 정문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냄새가 들어와 제지를 당해도 욕설을 내뱉거나 그대로 가게 입구에 꽁초를 버리기도 했습니다. 꽁초를 치우는 건 업주의 몫이 됐습니다.
소음으로 업주가 곤란해할 것은 생각하도 않고, "빨갱이 이재명을 사형해야 한다", "부정선거가 나라를 망쳤다", "계엄이 아니라 계몽이다" 등 자신의 의견을 큰 목소리로 외치기도 했습니다. 불편함을 느낀 단골 손님들은 자리를 뜨게 됐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카페 종업원은 "이 반짝 소동이 끝나고 나면, 이태원 참사 때처럼 한남동이란 동네의 이미지가 나빠져 발길이 끊길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윤씨가 체포돼 한남동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이제는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 인근이 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집회 참여자들의 매너가 속히 개선돼,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