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지 일대. (사진=송정은 기자)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은 지금 시공사 선정이라는 가장 큰 이벤트를 앞두고 무척 분주한 모습입니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는 18년 만에 성사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 때문입니다. 1조원대 한강변 정비사업마저도 건설사들의 단독 응찰, 혹은 입찰 포기로 줄줄이 유찰되는 가운데 벌어지는 보기 힘든 '싸움 구경'입니다.
양 사는 18년 전인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에서 맞붙은 바 있습니다. 당시는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이수 힐스테이트'를 세웠습니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한 후 건설업계 1,2위가 경쟁 수주를 펼치게 됐습니다.
양 사의 대표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합니다. 또 검단 아파트 사태 이후로 GS건설의 '자이'가 다소 주춤하는 가운데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가 '래미안'이냐 '디에이치'냐를 놓고 벌이는 대결이기도 합니다.
건설 주택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업계 곳곳에서 '너무 힘들다', '역대 최악이다' 등 앓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 나옵니다. 한창 호황이던 시절 매주 마다 벌어지던 경쟁 수주전은 자취를 감췄고, 이른바 '돈 되는 사업장'에서만 이름값 있는 건설사들이 가뭄에 콩나듯 맞대결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건설사 영업파트에서는 재건축 사업 수주를 원하더라도 수익성이 좋다는 판단이 안 서면 내부 검증 절차에서 무산되는 경우가 매우 잦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한 번 붙어보자", "지더라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성공하더라도 드는 비용을 더 걱정해야하는 게 솔직한 업계의 사정입니다.
건설 불황 장기화가 계속되는 한 출혈 경쟁보다는 확실한 사업장만 수주하려는 기조가 강할 것입니다. 건설사 직원들이 총출동하며 사활을 거는 그야말로 이판사판 경쟁 수주전을 보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