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장님! 의장님! 국장님! 너무 힘들어요. 직원분들 회식 좀 시켜주세요!"
최근 대전 중구청 정문 앞 골목에 걸린 한 현수막의 문구 내용입니다. 상인연합회가 내건 이 외침에는 자영업자들의 고된 현실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는데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슷한 수준의 하락 폭입니다. 특히 직장인을 주 고객으로 삼아온 식당들은 연말 송년회 시즌에도 매출이 뚝 떨어지며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새해가 됐지만 경제 심리는 여전히 침체 상태이고, 자영업자들은 텅 빈 가게를 지키며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죠. 경제학자들은 비상계엄과 같은 예측하지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미루며, 고용시장마저 위축됩니다. 현재 국내 상황은 그 악순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정치·사회적 불안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굳게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15일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됐지만 정치적 불안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에 당분간 어려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할 겁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합니다.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호소가 더 이상 공허한 외침으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난 8일 서울시내 상가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