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달력 표지 뒤에 2025년 달력이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주말 이번 달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탁상 달력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2주 뒤면 설 연휴이고, 연휴를 지내고 나면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2월이더군요.
2월에서 3월, 3월에서 4월 그리고 12월까지 달력 한 장 한 장을 넘기는데, 새해와는 걸맞지 않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답답함과 한숨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보통 새해에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활기찬 긍정에너지들이 샘솟기 마련인데요. 1년 전에도 분명 이런 감정들이 솟구쳤는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왜 이런 감정이 들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지 생각했습니다.
그 끝에는 12월에 일어난 두 개의 사건,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있는 듯 했습니다. 묵은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 12월에 한국사회는 엄청난 사건을 연달아 마주했습니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벼랑 끝에 내몰린 것도 모자라, 비극적인 참사까지 일어나다보니 뭔가 모르게 우울하고 답답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런 감정이 비단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초부터 그늘진 얼굴을 하고 있으니 누군가 제게 조언했습니다.
혼란과 아픔 속에서도 우리는 더욱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애써야 한다고. 또 그러한 순간이 왔을 때 마음껏 누리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그 말이 고마웠지만 우울모드를 완전히 전환할 순 없었습니다.
내란죄를 일으킨 윤석열이 탄핵 인용과 함께 처벌받고, 참사 원인이 철저하게 규명되기 전까지 새해를 맞이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게 13월입니다. 참된 새해가 어서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으시고, 나누시길 바라겠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