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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33분의 기다림
입력 : 2025-01-16 오후 4:59:25
15일 한남동 공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경호차량이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내란수괴 윤석열씨가 지난 15일 '드디어' 체포됐습니다.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 지 꼭 43일 만입니다. 한 사람 때문에 여러 명이 잠들지 못한 새벽입니다. 사실 조금 불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정말 가능할지. 유혈사태라도 나는 게 아닌지 하고요. 다행히 윤씨는 경호처의 저지선이 뚫리자 체포됐습니다.
 
저도 이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차 한 대도 없는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곤히 자는 아내를 깨웠습니다. 차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는데요. 고맙게도 이해해줬습니다. 관저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4시였는데요. 내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 추운 게 너무 싫거든요. 
 
그래도 기록하고 전달하는 게 일이니 핫팩을 손에 꼭 쥐고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관저 주변의 통제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는 사람들로 가득 있었는데요. 
 
윤씨 체포를 촉구하는 국민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욕을 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생생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거기에 언론인·경찰·국회의원·보좌진까지...현장은 각양각색의 목소리와 상황이 뒤섞여 말 아수라장이었지만 팽팽한 긴장감도 섞여 있었습니다. 
 
날씨는 생각보다 더 추웠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았고,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장갑이요? 사치입니다. 라이브 방송을 위한 대본을 써야 했거든요.
 
시간은 또 왜 이렇게 안 가는지, 시계를 봤는데 고작 30분 지났습니다. 다행히 잠시 추위를 잊을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공수처와 경찰이 도착한 겁니다.  
 
검은 복장을 한 체포조가 거리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걱정이 좀 됐습니다. 체포조끼리 상황 공유가 안 되는 건지 여러 조가 자꾸 제가 있던 막다른 길을 몇 번이나 왔다가 되돌아간 건데요. 
 
이들이 도착하고 나서도 긴 대치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시 추위와 싸움이 시작된 거죠. 몇 시간째 관저 주변의 모든 사람이 앉지도, 쉬지도 못하고 기다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이게 모두 윤석열 한 사람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좌진까지 동원해 인간띠를 형성하며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죠. 경찰이 강제로 해산시켰습니다. 
 
공수처와 경찰이 도착한 지 2시간이 지났을 무렵부터 체포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오전 5시 50분. 마침내 체포조가 관저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경호처의 1차 저지선을 뚫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머지는 저지선은 '하이패스'였습니다. 물론 유혈사태도 없었고요. 
 
역사적인 시간 15일 오전 10시33분. 날이 화창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추웠지만 6시간 33분 만에 윤 씨 체포가 이뤄진 순간입니다. 윤 씨 체포 소식을 기록할 수 있어서, 또 알릴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사실 역사적인 순간을 놓칠까 도착한 직후부터 화장실도 못가고 같은 자리에서 내내 윤 씨가 관저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정말 추웠습니다. 손이 부르텄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체포된 날,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윤 씨에게 작별 인사는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이날 너무 오래 기다렸거든요. 무릎이 원래 좋지 않은데 너무 시리고 아팠습니다. 
차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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