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너 극좌 기자지?"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정성이 통한 걸까요. 제 기사를 읽어주고, 로그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피드백을 주다니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신동욱 수석대변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기사의 마지막 문단까지 읽었을까'였습니다. 설마 제목만 읽고 메일을 보내진 않았겠죠. 성의를 그냥 지나쳐 보낼 수 없었습니다. 망설이다 답장을 보냈습니다. "나만큼 이재명 싫어하는 놈 있으면 나와보라 해."
그래요. 전 편향적인 기자입니다. 한동훈은 어떤 뻘짓(허튼짓의 방언)을 해도 '딱 있는 그만큼'만 깠죠. 그 부분에선 이재명도 다르지 않았지만, 표현 방식이 달랐습니다. 소묘와 유화의 차이랄까.
한동훈 존재는 제게 '희망 고문' 같습니다. 불가능하단 사실을 알면서도 '이번엔 제발 좀 달라져서 돌아오라'고 기대하죠. 국민의힘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손톱만큼이라도 건강하게 만들어서, 이재명을 막아주길 바라는 겁니다. 그는 결코 '대안 정치인'이 될 수 없겠지만.
얼마 전 국민의힘 회의가 끝난 후, 백브리핑장에서 참지 못하고 질렀습니다. 내란수괴에 '무죄추정의 원칙' 운운하는 건 해도 해도 너무했어요. 707특임단에 결박당했던 당사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
"무죄추정의 원칙은 알겠는데, 윤석열 씨는 '내란 현행범' 아닌가요?"
수석대변인은 "본인이 답할 성격의 질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내란사태 대책'을 물어도 같은 말이 돌아왔죠. 결국 "대책을 세울 의지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대책이 없다는 뜻이냐", "그건 사법부 부정 발언 아니냐" 연이어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나대고 싶은 마음 조금도 없고요. 취재원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데, 정말 소중한 당신들이 제 속을 너무 긁습니다.
그래서 한동훈이 그리운 겁니다. 최소한 '노력'하는 사람이었다고 봐요. 한국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있는데, 기대할 수 있는 건 오직 한동훈뿐이라니. 국회는 씁쓸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