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이 열립니다." 전철에 올라 빈 자리를 발견하고 서둘러 향하는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임산부석에 앉아있던 여성이, 방금 비워진 옆 자리로 엉덩이를 쓱 옮겼습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성별을 이용해 임산부석에 앉은 다음, 빈자리가 나자 다른 여성과 남성이 떳떳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부당하게 빼앗은 겁니다.
전철 안에 있는 임산부 배려석. 이 자리에 앉아있던 얌체가 옆에 난 빈자리로 엉덩이를 옮겼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건 지하철에서 다리 꼬는 사람, 출입문 옆에 서서 승객들 출입을 방해하는 사람처럼 대표적인 꼴불견입니다. 저는 임산부석에서 옆자리로 엉덩이를 옮긴 그 사람이 너무나 당당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날 다른 전철에 탔을 땐 임산부석에 중년 남성이 앉아있더군요. 그는 "임산부석에 임산부가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비워달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일어났습니다.
저는 처음엔 '만일 임산부가 아닌 여성이 앉았다면 민원과 방송이 있었을까' 생각했지만, 온세상 편법과 얌체를 하나하나 신경쓰면 나만 괴로워지기에 그만두었습니다.
자기 성별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여자, 임산부석에 그냥 앉는 남자. 이들은 성별만 다를 뿐 똑같이 얌치(부끄러움을 아는 태도)가 없었습니다. 방송을 듣고 일어난 남자만 공개 지적당해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처음 그 자리에 앉은 행동만은 둘 다 같았습니다.
출퇴근길 전철에는 눈살 찌푸릴 일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마음 상하면 늘 피곤하겠죠. 그러니 내 앞에 있는 얌체의 성별에 집중해 갈등하는 대신, 타산지석으로 나를 가꾸는 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