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는 말과 함께 참새를 가리킨 마오쩌둥의 손가락은 중국에서 참새를 전멸시켰습니다. 이처럼 지도자의 한마디는 때때로 강력한 위력을 내는데요. 21세기 들어 새로운 ‘손가락’이 생겼습니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입니다. 오늘날 SNS는 정치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가 됐는데요. 토마토Pick이 근래 SNS가 미친 영향력을 조사했습니다.
정치의 기본도구 된 SNS
유권자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현대사회에서 SNS는 정치인들에게 기본이자 필수가 됐습니다. 유권자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동시에 언론에선 보여주지 못한 생각과 성품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의 추억’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은퇴 뒤에도 SNS를 통해 책을 추천하는 등 지지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현역 정치인 중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인데요. SNS로 하루에도 몇 개씩 정치적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대구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언론에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으며,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계엄 막은 시민 SNS의 힘
최근 SNS의 위력이 가장 크게 발현된 사건은 단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였습니다. 윤 대통령 선포 직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SNS에 “위헌적이고 반국민적”이라며 “국민 여러분은 국회로 와달라”고 호소했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도 "즉각 국회 차원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켰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군인들을 피해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도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퍼졌죠. 국회의 상황은 SNS를 통해 날것 그대로 전해졌고, 시민들은 담을 넘는 의원들과 국회로 침투하는 군인들을 보며 분노했습니다. SNS를 본 시민들은 이에 응답해 국회 앞으로 모였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섰고, 계엄 해제를 이끌어냈습니다.
-청년 SNS, 새 시위문화 창조 : 시민들이 국회를 지키며 만들어낸 새로운 시위문화도 SNS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공연에서 쓰는 응원봉은 ‘촛불은 금방 꺼진다’는 조롱에 대항해 켠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습니다. 꺼지지 않은 불꽃은 콘서트장인지 시위현장인지 모를 야경을 자아냈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이 버무려지며 외신도 감탄한 전혀 새로운 시위를 만들어낸 것이죠. 이번 시위는 청년세대가 고연령층에 비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계엄에 대한 분노와 각성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순식간에 청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인데요. 사회적 공감의 도구로서 SNS의 위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막말과 가짜뉴스에 취약
SNS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019년 대통령 시절 트위터 이용자를 차단했다가 법원을 갔습니다. 당시 법원은 트럼프의 계정을 개인이 아닌 대통령 공식 계정으로 인식했고, 이용자의 의견을 차단한 것이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처럼 SNS는 쓰기에 따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막말 논란 : 숱한 유명인들이 SNS에 쓴 글로 위기를 맞는 게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SNS에 거친 말을 일삼던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막말 논란으로 신뢰를 상실했고 결국 탄핵됐습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에 국민의힘은 ‘불임정당’이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가짜뉴스 : 최근 유럽은 이민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가짜뉴스로 홍역을 치러야 했습니다. 일부 극우 정치인까지 이에 가세하면서 혼란이 커졌죠.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계엄 사태 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 장갑차가 진입했다거나, 네이버·카카오 등이 유례없는 트래픽 폭주로 일시 장애가 일어났을 때 ‘인터넷 통제가 시작됐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퍼졌습니다. 이처럼 SNS는 쉽게 메시지를 낼 수 있고, 즉각적으로 퍼지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아 대중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진 영역이 됐습니다.
좀 더 직접적인 정치개입
가짜뉴스와 막말 논란은 SNS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진 논란입니다. 그러나 최근엔 좀 더 직접적인 형태로 정치와 연관되기 시작했는데요. 최근 루마니아에서는 SNS 틱톡이 연관돼 대선까지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루마니아 대선 무효 : 지난달 치러진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22.9%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선거자금 부족을 이유로 SNS 위주의 선거운동을 펼쳤고, 이런 방식이 이변을 만든 비결로 꼽혔는데요. 실제 그의 틱톡(TikTok) 팔로워는 50만이 넘습니다. 그러나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해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틱톡과 텔레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가 제오르게스쿠를 대대적으로 지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루마니아 측은 러시아의 개입이 있다고 봤는데요. 제오르게스쿠는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등 친러 행보를 보인 바 있습니다. 논란이 가속화되자 헌법재판소는 선거의 전면 재실시를 발표했습니다.
강한 만큼 무서운 SNS
이처럼 SNS는 선거에 동력이 되는 정도를 넘어 선거 자체를 좌지우지할 만한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의 자유로움은 모든 사람을 가짜뉴스, 허위정보의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이지요. 누구나가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해 습득한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판단하는 분별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바다에서 지나치게 극단적인 콘텐츠에 현혹되지 않고,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