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유통업계에 있어 대목 시즌으로 꼽힙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 등 모임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지출이 자연스레 많아지고, 어느 때보다 높은 소비 심리 진작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인 탓입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고물가 기조가 고착화하고 고금리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요.
여기에 최근 비상 계엄 선포 및 해제,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연말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 유통업계가 이 같은 특수를 더 이상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당장 업계는 연말 연시 선물용 상품 판매나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설 선물 세트 예약 판매부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국정 농단 사태'가 발생했던 과거 2016년 시기에 경험했던 학습 효과로부터 비롯된 측면도 큽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국정 농단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6년 10월만 해도 102.0이었지만, 2017년 1월에는 93.3까지 하락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로 낮아질 경우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합니다.
당시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유통업계는 사실상 유례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는데요. 이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올해 3분기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1.9% 줄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수치는 당분간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죠.
최근 일련의 정국 리스크는 유통가의 연말 특수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년 초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습니다. 유통업계가 더 이상 침체되지 않고 빠른 시일 내 반등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탄핵 이슈가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 종각역 일대 식당가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