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설과 함께 한파가 찾아온 요즘 고물가 기조도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 모두 추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통용될 만큼 어느 하나 오르지 않는 품목이 없는 실정인데요.
하지만 요즘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고통이 더욱 심합니다. 생수와 같은 생필품을 비롯해, 커피 등 기호 식품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는 탓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내달 1일부터 '백산수' 출고가를 9.9% 올립니다. 사실 백산수 가격은 지난 2018년 1월 이후 7년여 만의 일로, 실로 오랜만의 인상이긴 합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재료 가격과 특히 해상 물류비 상승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인데요.
비단 농심뿐만 아니라 식품 업계 관계자들 상당수는 이 해상 물류 비용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상승한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을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결국 가격을 높이는 선택에 나서는 상황인데요.
가격이 오르는 것은 생수뿐만이 아니죠. 이달 15일 동서식품은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높였습니다. 커피 원두, 설탕, 야자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과 높아진 환율 여파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원재료 문제도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만. 한편으로는 식품 업계가 해를 넘기기 전 연말에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처럼 자리 잡아왔던 면도 없잖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생수와 같은 품목은 소비자들이 반드시 구비해야 할 생필품이라는 점이죠. 가공식품이야 상황에 따라서 소비를 줄이면 되지만 생필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수위 업체가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면, 다른 업체들 역시 시장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집니다. 뒤이어 가격을 올리는 경우 비난의 강도도 훨씬 낮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생필품 뿐만 아니라 다른 가공식품 등 먹거리 전반에 걸친 도미노 인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대한 우려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가뜩이나 추운 요즘, 먹거리 가격 때문에 고통받는 가정이 더 많아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물가 관련 안정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다양한 브랜드의 생수들이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