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친구 철수는 오늘도 공부하느라 바쁩니다. 유치원생임에도 명문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학원에 다니기 때문인데요.
철수는 학원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아, 잘나가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오늘은 한 여자아이가 철수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며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주류 친구들 사이에서 명문 초등학교 진학을 다짐한 철수는 위기에 처합니다. 상위권 친구들에게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친구, 짱구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2021년 12월13일 산타 모자를 쓴 짱구. (사진=이범종 기자)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철수에게 달려온 짱구를, 학원의 엘리트들은 못마땅해하며 수군거립니다. 철수는 짱구가 그저 같은 반 아이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귀찮게 하지 마!"를 외치며 짱구를 떼어냈습니다. 철수의 학원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준 낮은 애는 질색이야."
철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맞아. 나도 그래."
멀어지는 철수의 모습을 보며, 짱구는 멍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짱구를 무사히 떼어내고 귀가한 철수는, 시험공부 도중 간식에 욕심내다 그만 배탈이 났습니다.
결국 다음날 철수는 시험을 망치고 말았는데요. 어제까지만 해도 살갑게 대하던 '친구'들은 자신들에게 말 걸지 말라고 통보하며 목도리를 다시 가져갑니다.
이때 부글부글하던 속이 결국 일을 내고 맙니다. 아래가 따뜻해진 철수의 바지에서 냄새가 나자, 한때 친구였던 아이들은 철수를 경멸하며 도망칩니다.
참담한 마음으로 집에 가던 철수는 짱구와 짱구 엄마를 만나는데요. 대번에 철수의 상황을 알아차린 짱구 엄마는 철수를 집에 데려갑니다. 철수는 짱구네 집에서 목욕도 하고, 짱구의 옷도 얻어 입었습니다.
이윽고 현관 앞에 선 철수는 짱구에게 사과하며, 내일 피구하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짱구가 "싫어!"라고 답하네요.
"그렇겠지…. 역시 나 같은 애하고는…."
슬픈 표정으로 돌아선 철수에게, 짱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피구 말고 축구하고 싶은데."
짱구는 눈물을 글썽이는 철수를 집까지 바래다주는데요. 낯간지러운 말과 행동으로 철수의 웃음을 되찾아줬습니다.
2023년 크리스마스를 맞은 짱구와 친구 인형들. (사진=이범종 기자)
여기까지가 '짱구는 못 말려' 시즌 11의 11화 내용입니다. 이날 철수는 엘리트니, 주류니 하는 의식의 허망함을 깨닫고, 진짜 우정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헛된 주류 의식에 휘둘리지 않고, 나다움을 지키면서 온기도 나눌 줄 아는 짱구의 마음이야말로 진짜 엘리트라는 겁니다.
저는 최근 집단의 힘을 빌려 남을 음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기자 사이에서도 정의롭지 않은 일이 벌어지곤 한답니다.
자신들이 주류라고 믿고, 그저 다를 뿐인 누군가를 배척하고 음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무리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자신이 속했다고 믿는 주류로만 살아가게 될까요. 그런 삶은 빛나는 걸까요. 비루한 걸까요.
저는 그렇게 살기 싫습니다. 비웃음 사더라도 짱구·철수·맹구·훈이·유리 같은 친구들과 함께 '떡잎마을 방범대' 대원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이렇게 다짐하고 나니, 송년회 때 만날 친구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