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4선 도전을 두고 여전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26일 정 회장의 이번 임기 마지막 임원회의였던 만큼 4선 도전 여부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4선 도전 여부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축구협회 회장에 선임된 정 회장은 이후 3선까지 성공하며 12년 동안 한국 축구의 수장을 맡아왔습니다.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하려면 임기 종료일인 2025년 1월21일의 50일 전인 12월2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쳐야 합니다.
4선 도전의 첫 관문으로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앞서 이기흥 체육회 회장이 공정위로부터 3선 연임 도전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정 회장이 4선 도전 승인을 받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 회장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최근 축구협회가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절차로 많은 질타를 받는 만큼 정 회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 회장이 4선 도전에 나선다면 축구협회장 선거는 2파전이 됩니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가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벅 앞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면서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번에 허정무라는 원로축구인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미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허 전 감독이 축구협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허 전 감독은 프로야구의 성공사례를 들어 체육인 출신 협회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허 전 감독은 분명히 한국축구계에서 명망 높은 원로 축구인이지만, 축구 팬에게는 장단점을 놓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허 전 감독은 축구 팬이 원하는 개혁적인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멀고 나이도 고령입니다. 허 전 감독은 프로필상 1955년 1월 13일생이지만, 본인이 직접 밝힌 나이는 1953년생으로 이미 칠순을 넘겼습니다.
축구협회장 정관 제23조 2항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규정엔 선거 당일 기준 만 70세 미만인 사람만이 축구협회장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프로필상 나이를 기준으로 해도, 내년 1월 8일 열리는 회장선거 시점에는 70세 기준에 간신히 넘길 수 있습니다.
정 회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여론이 허 전 감독에 대한 축구계의 지지로까지 옮겨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