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새내기 종목들의 주가 하락세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한 코스닥 13개 기업 중 8건이 공모가보다 하락해 입방아에 올랐는데요. 업황 부진에도 공모가를 높게 산정하는 경우가 많아 IPO 추진 과정에서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투 단독주관 13건 중 8건 마이너스
2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올해 총 15건의 IPO(스팩·리츠 제외)를 주관했습니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IPO 딜인데요. 하지만 성적은 좋지 않습니다. 29일 기준 이들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7.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스피 종목 더본코리아는 공모가 3만4000원에서 11.47% 오른 반면 시프트업은 2.67% 떨어졌습니다.
한투증권이 단독 주관한 코스닥 새내기들의 수익률만 추려보면 평균 –9.02%입니다. 코스닥 13종목 중 8종목이 마이너스입니다.
이중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종목은 지난 3월 기술특례트랙으로 상장한 삼현입니다. 공모가 3만원에서 4분의 1 토막이 나면서 6890원을 기록 중입니다. 통상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변동성이 높고 그중에서도 기술특례 상장기업들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코스닥 일반트랙 상장 종목 중엔 5월에 상장한 코칩이 -48.61%로 가장 저조합니다. 에이럭스도 -41.75%의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드론·로봇 전문기업 에이럭스는 한투증권 때문에 논란을 빚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당일에 주관사이자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인 한투증권이 보유 지분을 대량으로 내다 판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한투증권은 앞서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 단계에서 에이럭스에 투자해 48만5000주(3.66%)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중 1개월 의무보유 물량 14만5500주(1.10%)를 제외한 나머지 2.56%는 상장 첫날 매도할 수 있었는데요. 한투증권은 지난 2020년 2월에 에이럭스가 진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3600원에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에이럭스 공모가 1만6000원은 한투증권의 취득가액의 4배를 넘습니다. 이로 인해 공모가 뻥튀기 논란도 함께 불거진 상황에서 에이럭스 상장 첫날 국내 IPO 역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바람에 한투증권이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에이럭스는 상장 첫날 38.25% 하락 마감하면서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9880원을 기록했습니다.
공모가 산정 보수적 접근 필요해
새내기들이 상장과 함께 줄줄이 추락하면서 주관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빗발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앞서 파두 등 사태와 관련해 IPO 주관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무보유확약 등과 같은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주관사의 사전취득분에 대한 의무보유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지금도 코스닥 상장 규정에 상장주선인이 상장을 위해 모집하거나 매출한 주식의 3% 내외의 수량을 모집 또는 매출하는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취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모가 산정에서부터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상장 이틀 후부터 물량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요즘엔 더 빨라져서 상장 당일에 물량이 나온다"며 "이는 막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니지만, 공모가격이 높게 산정되면 어떤 제도가 있어도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없고, 반대로 공모가격이 상대적으로 적당하면 의무보유확약 같은 제도가 없어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PO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서 공모주 수익률도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주가가 급락한 종목의 경우에도 수요예측과 상장 후 하락 사이의 시간차가 있는데 이걸 예측하고 공모가를 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코스닥을 비롯해 국내 증시가 많이 빠지기도 했고, 상장했을 때 오르거나 내렸다고 해서 공모가를 산정할 당시의 가치 평가가 틀렸다고 결과론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엄밀히 말하면 시장의 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이고, 공모 기업가치는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